▲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일반 문학작품과 영화가 다른 점을 설명하라면, 작가의 상상이 훨씬 사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영화의 사실성 때문에 오히려 어린이들에게는 영화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교육학자들도 있습니다. 어린이의 상상력을 저해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비록 영화가 매우 사실적이라고는 하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아닙니다. 설사 다큐멘터리 영화라 하더라도, 일단 편집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현실 그대로가 아닌 ‘가공(加工)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현실이 상상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영화에서 꿈꾸던 세계가 현실이 된 것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각종 신화(神話)나 SF(공상과학)영화가 말하던 ‘손바닥 안의 세계’가 현실로 등장한 것입니다.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현대판 ‘알라딘의 마술램프’가 아닙니까? 마술램프의 주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램프에서 나와 뭐든지 해내는 ‘지니(genie)’는 이미 여러분의 ‘스마트폰’ 속에 있습니다.

안 믿어지신다면 한번 ‘앱 스토어(App Store)’를 방문해보십시오. 온갖 스마트폰 ‘앱(응응프로그램)’에 입이 딱 벌어지실 겁니다. 이런 종류의 상상의 현실화는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요즘 다른 종류의 상상의 현실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첩보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가 우리나라 외교사(史)에 현실로 등장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명칭이 아직 제공되지 않았기에 일단 ‘상하이 미녀(?)첩보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후대(後代)는 이 사건을 무엇이라 명명(命名)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외교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 사건을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처럼 ‘남녀스캔들’이라는 관점에서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사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가족들이 겪고 있을 수치와 고통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우리사회 지도층의 ‘리더십(leadership)’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분들은 모두 우리나라 ‘엘리트’들입니다. 모두가 명문대 출신의 촉망받는 차세대 선두주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소위 ‘조국’은 안중(眼中)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작이야 어떠했든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의 사적 이익 때문에 국익(國益)은 뒷전에 밀려나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권리를 매우 부적절하게 개인적으로 남용(濫用)한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순히 이들만의 순간적인 실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우리사회 지도층에 만연한 이기주의적 행태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최근 중동지방의 독재자들이 무너지면서 밝혀지는 그들의 탐욕과 비교할 때, 그 정도와 내용만 다를 뿐, 실제 철학과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사회 지도층이 지속적으로 언론과 국민들에 의해 질타당하는 내용과 그들의 비리를 비교해보십시오.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릅니까?

현재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지도자는 ‘우리’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나’를 넘어서 ‘우리’가 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사회의 지도자는 자신의 이익과 성공만을 위해 남들을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과감히 자신을 ‘썩어질 밀알’로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입니다.

화려한 언변(言辯)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감동과 영감(靈感)을 주는 행동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집단이기주의로 변질되지 않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더불어’가 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사는 이곳 안산은 이미 국제적인 도시입니다. 헤아리기 힘든 숫자의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안산시민들은 전통적인 ‘단일민족’ 개념을 넘어서 ‘세계인’으로서의 교양과 품격을 갖추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세계 앞에 ‘우리’ 그리고 ‘더불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세계를 ‘선도(先導)하는(leading)’ 시민들입니다. 왜냐하면 세계는 안산이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을 들여다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앞에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우리’가 아닌, 세계를 향해 넓은 가슴을 연 ‘함께 사는 사회’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사회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가 아닌, 아름다운 꿈, 따뜻한 상상, 그리고 무지갯빛 소망들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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