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인생의 연륜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인간이 자기 욕심껏 모든 것을 소유하고 성취할 수 없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또한 젊은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이루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쫓기며 살지만, 연세 높으신 어른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는 ‘여유’를 가르칩니다. 물론 젊은이들의 ‘강박증(强迫症)’을 ‘진취적 기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인들의 삶이 메말라가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현대인들은 삶 가운데 피어나는 각종 아름다운 ‘화초수목(花草樹木)’을 감상할 조금의 여유도 없이, 삶의 방향도 잃은 채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이런 노년(老年)의 ‘포기와 여유’는 인생에는 ‘때’가 있다는 깨달음과 궤를 같이 합니다. 기독교 경전도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도서 3:1)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때가 있다’는 말 자체는 숙명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에게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최근(2011.4.1.) 한 중앙일간지에서는 우리나라 유아들의 ‘초(超)독서증/과(過)독서증(hyperlexia)’을 특집기사로 다루었습니다.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의 극성 어머니들이 유아들에게 너무 과도한 독서교육을 시키는 바람에 ‘경계성 자폐증/유사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이 늘어간다는 기사였습니다. 부모, 친구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놀면서 사회성을 배워야 할 유아들이 너무 빨리 ‘문자’에 눈을 뜨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자폐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유사자폐증은 심한 경우 뇌손상을 비롯한 각종 신체이상 증세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즉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문자에 대해 과도한 ‘영재성’을 보일 경우, 이것은 축복이 아닌 불행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 특집기사에서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책도 읽히지 말고, 문자도 가르치지 마세요. 그냥 놀게 하세요. 적어도 5세까지는, 하나님이 그거 하라고 한 나이입니다. 지금 우리 엄마들이 하는 독서교육은 아이 발달과정에 완전히 역행하는 거예요”라고 주장하면서, “유아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은 돈 들여 아이를 망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유아들의 ‘초독서증/과독서증’은 출판사들의 마케팅과 부모들의 과도한 조기(早期) 독서열풍이 빚어낸 비극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재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어린이들의 행복을 빼앗는 가혹행위가 벌어진 셈입니다.

이런 과도한 교육열풍이 빚어낸 또 다른 비극이 바로 무리한 사교육입니다. 최근(2011.4.2.) 한 공중파 방송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사교육에 시달리는 현장을 고발했습니다. 이 방송보도에 따르면, 4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30% 정도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고, 그보다 적은 시간동안 공부하는 아이들도 각종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의 개성에 맞게 재능을 키워주고, 공교육이 개인별로 세밀하게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사교육의 원래 취지는 사라지고, 아이들을 비좁은 공간 속에 하루 종일 처박아두는 가혹행위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을 괴롭히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부모들이 조급증을 내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거부하는 이상, 아이들도 부모들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아이로서 행복하게 지낼 권리’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부모들이 과도한 조급증을 버리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사교육의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마다 선거철만 되면 자신들이 대한민국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임기응변식의 대책은 또 다른 부작용만 초래했을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은 우리 부모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때를 기다리는 지혜’는 단순히 어린이들의 교육에만 적용될 것은 아닙니다. 우리 현대인들의 삶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삶의 자세입니다. 현인(賢人)들이 가르치는 ‘포기와 여유’는 ‘좌절과 태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과 남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삶을 사랑해보십시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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