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이제는 꽃샘추위도 확실히 가시고 봄기운이 완연하다 못해, 어떤 때는 ‘이러다 여름 되는 것 아니야?’하고 반문하게 만드는 4월의 끝자락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그 중 상당수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올 상반기가 화려한 꽃무리들의 봄나들이 가운데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소망합니다.

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5월은 ‘가정’의 범위를 넘어서서, 우리 일상의 관계들을 개선하기 위한 달입니다. 5월에 들어있는 ‘인간관계’와 관련된 공식기념일들을 열거해보겠습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5일 어린이 날, 5월 8일 어버이 날, 5월 11일 입양의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16일 성년의 날, 5월 20일 세계인의 날, 5월21일 부부의 날 등입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여기에 청소년이 빠졌다고, 청소년의 날을 제정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참 많은 기념일이 있지요? 이들 중 일부는 국가지정 공휴일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계’들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격려와 협조가 동반되는 셈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관계들을 회복하는 5월을 맞으며, 우리는 주위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가깝고 친근해서 우리가 너무 잘 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은 없는지 찬찬히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 년 전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처음 만난 낯선 사람끼리든, 오랫동안 같이 지낸 배우자끼리든, 서로에 대해 아는 정도에 있어서는 별 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상대를 잘 안다고 오해(?)하는 것일 뿐, 실제로 우리는(아무리 오랫동안 사귀었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상대방을 알기를 포기하거나, 상대방이 어떤 상황이든 개의치 않고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으로 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살아야 하는데, 이왕 맺을 관계라면 서로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을까요?

약 1년 전, 한 중앙일간지에는 상사와 부하의 관계를 다룬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그 칼럼의 제목은 이랬습니다. “부하를 다스리는 건 상사, 상사를 길들이는 건 부하.” 그 칼럼을 보면, 직장인들의 76.8%가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한마디로 부하들에게 ‘사랑’받는 상사들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상사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부하들이라는 것이 이 칼럼의 또 다른 주장입니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이론이 말하는 가장 좋은 부하의 모습은 ‘협력할 때 협력하고 개선은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부하’이며, 가장 나쁜 부하의 모습은 ‘불만을 위한 불만자’입니다.

이런 점에서 유사한 화두(話頭)를 던진 책도 있습니다. 바로 『부하의 자격』(2010.9.)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상사가 이기게 해주면 끌어올려 주더라’하고 말해줍니다. 그러면서 ‘밑바닥에서부터 혼자 올라가려 하지 말고 위에서 끌어주고 싶은 부하직원이 되라’고 충고합니다. 소위 직장부하들이 상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결국은 자신을 위한 투자인 셈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소개한 직장상사와 부하의 관계는 사실상 우리 일상의 모든 관계에 해당되는 원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인간관계든 일방적인 승자나 가해자도, 일방적인 패자나 피해자도 없다는 뜻입니다. 일단 어떤 인간관계든 성립이 되면 그 사람과 나는 ‘운명공동체’가 됩니다. 상대방이 망하는데 나 혼자 승승장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바다 위에 뜬 배에 구멍이 뚫리면, 배의 어느 위치에 있든 간에 승선(乘船)한 모든 사람들이 위험해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인간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습니까? 국가까지 나서서 관계개선을 요청(?)하는 이 계절에 못 이기는 척하고 국가에 공헌(?)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비록 여러분의 인간관계를 개선한다고 국가가 표창할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부름(?)에 정성껏 부응해주는 것이 애국 아니겠습니까? 애국은 국가를 위해 대단한 큰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관계가 불편한 분들과 손 한번 마주잡는 것도 큰 애국입니다. 그런 화합들이 모아져서 지역사회의 화합이 되고, 국가적인 화합이 됩니다. 한번 애국해보십시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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