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배 안산1대학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를 방문한 한 무리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재밌는 실험이 있었다. 무리를 집단으로 나누었지만 똑같은 옷을 보여주면서 가격을 짐작해 보라는 실험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옷의 생산지를 각 집단별로 서울, 동경, 뉴욕으로 다르게 표시한 것이다.

결과를 요약하면 서울을 100으로 할 때 다른 도시 이름을 보았던 사람들은 140~150%의 가격으로 생각하더라는 것이다. 도시의 이미지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는 도시들도 서로 경쟁하는 시대다.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들 가운데 이미지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도시마케팅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중국 청화대학교에서 2004년에 펴낸 ‘中國城市賣点聖經’이란 책을 발견한 적이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중국행정부의 도시판매전략’이 된다.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도시를 마케팅의 대상으로 보고 전략적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산의 이미지는 어떨까? 필자는 대학 신입생들에게 해마다 ‘안산에 있는 우리 대학에 입학하기 이전에 안산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올랐는가’하는 질문을 하는 버릇이 있는데 대답은 매년 비슷하다. 긍정적인 내용을 떠올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실망스럽게도 오염, 시화호, 굴뚝, 공장들, 사건사고 등 부정적인 것들이 연상되더라고 답한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봄이 지나 여름이 시작될 무렵 같은 학생들에게 ‘이제는 안산에 대해 좀 알게 되었을 텐데, 지금 생각은 어떤가’라고 다시 묻는다. 이때의 대답은 사뭇 다르다 10명중 9명 정도는 “와보니 좋더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안산을 경험해보니 잘못 알려져 있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들이 생활하는 안산은 실체보다 저평가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미지가 저평가되어 있다면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안산에 사는 주민들이 안산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대로 알려야 한다.

또한 안산으로 이사할지 고민하는 사람들, 안산에 관광오고 싶은 사람들, 안산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산은 매력적인 곳이라는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안산시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우선, 가장 관련성이 큰 부서인 공보관실의 명칭부터 개선했으면 한다. 공보라는 말은 ‘단체장 중심의 홍보’를 연상시킨다. 시정시책 설명, 공고 및 고시 등 주요 담당업무가 이러한 성격을 대변한다.

둘째, 도시마케팅의 역할을 부여하길 바란다.

담당자들이 적극적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주민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재정적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근의 도시들만큼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안산은 사실보다 저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부터 서울이나 인천, 광주 등이 도시마케팅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할만하다.

세계의 도시들은 도시마케팅(City Marketing), 도시판매(City Selling)라는 말을 보편적으로 쓰고 있다. 뉴욕, 파리, 도쿄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도시들마저도 ‘도시 상품화’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산시도 저평가된 이미지를 벗어내고 새로운 칼라를 입혀야 할 때가 되었다.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도시의 본질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매력적인 이미지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적 접근을 위해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산이라는 상품’을 시민, 관광객, 기업 등에게 더욱 멋지게 팔아 보려는 적극적 자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저평가된 이미지 때문에 계속 손해보고 살 수는 없다.

고윤배  안산1대학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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