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현대에서 ‘정보’는 최고의 ‘화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현금이나 카드처럼 통용되지는 않아도,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때로는 막대한 부와 힘을 움켜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변경되기 전까지 약10년 동안,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의 원훈은 “정보는 국력이다”였습니다. 또한 같은 이유에서 각종 금융기관이나 온라인 업체의 직원들이 ‘고객 정보’를 은밀히 팔아넘기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이토록 중요한 정보는 기업이나 국가기관에게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것입니다. 개인정보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개인들도 지키고 싶은 ‘비밀’이 있으니까요. 자신이 원해서 공개하지 않는 이상, 남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아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개인의 정보 혹은 사생활과 관련해 두 가지 큰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첫째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위치이동정보 저장’건이었습니다. 지난 10개월 정도의 모든 행적이 1초 단위로 애플사가 판매하는 개인기기 속에 저장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실제로 한 신문기자가 자신의 휴대폰 속에서 해당 파일을 열어보니 자신의 10개월 동안의 행적이 한 눈에 보였다는 기사도 올라왔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 파일이 전혀 암호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고, 한 술 더 떠서 미국의 수사당국은 이미 그 파일의 존재를 알고 범죄수사에 이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항상 ‘미행’당한다는 느낌이 결코 좋을 리가 없습니다. 덕분에 애플사는 전 세계 사용자들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둘째 사건은 바로 한 유명 연예인 커플의 ‘완전’ 비밀 결혼과 이혼이었습니다. 특히 이 커플의 행적이 얼마나 철저하게 ‘보안처리’ 되었는지, ‘네티즌 수사대’도 과거행적 캐내기를 포기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법원에 제출한 소송내용이 공개되면서, 10년 이상 철저하게 숨겨졌던 과거 행적과 현재의 상황까지도 상당히 소상하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특종을 놓칠 리 없는 ‘황색 언론’은 온갖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며 사건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대 범죄인도 아니고, 공적 피해를 유발한 적도 없는 (다만 사적 관계에서 책임질 일은 있겠지만) 한 젊은 남녀가 대중 앞에 ‘벌거벗겨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늘 그렇듯, 온 국민은 왜 갑자기 자신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언론의 기사내용에 ‘낚시질’ 당하고 있습니다.

‘정보’라는 현대의 새로운 ‘화폐’를 놓고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은 우리 자신과 사회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듭니다. 현대인들은 어떤 면에서 필요 이상으로 남들의 ‘소유’를 탐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고, 그 삶을 개선하기 위하여 땀 흘리기보다, 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립니다.

그렇다고 남들에 대한 정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자기개발과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기업은 그런 정보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심산(心算)이고, 개인들은 단순히 자신의 귀를 즐겁게 할 ‘오락거리’를 찾고 있을 뿐입니다.

남들이 어떤 슬픔과 고통을 당하든 그것은 안중(眼中)에 없습니다. 나에게만 ‘이익’이 되면 그만입니다. 이렇듯 철저한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 ‘정보업체의 무책임’과 ‘대중적 관음증(觀淫症)’은 그 기세가 꺾일 줄을 모릅니다.

이제 ‘남들의 소유’ 즉 사생활을 원주인에게 돌려줍시다. 상대방만의 고유영역을 인정하고 보호해줍시다. 상대방의 고유영역을 인정해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인정해준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정죄하고 비난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해준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상생(相生)의 시작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