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가해 차량 운전자는 우선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확인하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반드시 취해야만 한다.

만약 이와 같은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을 이유로 처벌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상해 정도나 당시 정황 등에 따라서는 무거운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어떠한 경우가 소위 ‘뺑소니’에 해당하는 가에 관해서는 다양한 사실관계 만큼이나 다양한 판례가 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해 차량 운전자는 반드시 자신의 신원을 피해자에게 알려 주고, 사고 당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해 차량 운전자가 교통사고 발생 후 현장에서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피해자에게 가해 차량 운전자의 주민등록증을 교부하고 자신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는데, 피해자가 자신의 딸을 현장으로 부른 후 기다리고 있자, 사고발생 후 약 30분이 경과한 시점에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현장을 떠난 경우도 도주로 평가를 받는다.

즉, 신원확인을 해 주는 것만으로는 보호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한 뒤 인적사항을 전혀 밝히지 않은 채 병원을 나와도, 이러한 가해 차량 운전자의 행위는 도주로 평가 받는다.

어린이가 피해자인 교통사고에서의 도주 평가는 좀 더 엄격하다. 법원은 나이 어린 학생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난 다음 통증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 좀 더 가중된 필요 조치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갑이 골목길을 서행 하던 중 갑자기 뛰어 나오는 9세 아동을 들이 받게 되었는데, 피해자인 어린이는 “괜찮다”며 바로 뛰어 갔고, 이에 갑도 정말 괜찮을 줄로만 알고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 현장을 떠나 왔을 경우, 대법원은 갑의 도주를 인정한다.

대법원은 어린이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 통증을 호소
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해 차량 운전자로서는 우선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연락처를 주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수차례 있어 왔다.

어떠한 교통사고라도 가해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적당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린이가 피해자인 경우라면, 피해 어린이가 “괜찮다”라는 말을 하더라도, 반드시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

차에 내려서 확인해 보았을 때, 외견상 아무런 상처도 없고, 어린이가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경우라도, 그냥 그 자리를 떠나지 말고, 어린이의 보호자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로 곤혹을 치룰 수 있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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