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최근 한 중앙 언론은 집중적으로 ‘법률시장 개방’ 문제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FTA(자유무역협정)’하면, 주로 농축산물이나 공산품 개방만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하는 분들은 ‘저작권(copyright)’ 문제 정도까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가 열어야 하는,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바로 ‘법률과 금융시장’입니다. 왜냐하면 현대의 모든 경제 및 사회 활동은 이 두 가지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물품을 생산할 인력과 환경이 갖추어져도 금융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마케팅과 무역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또한 아무리 좋은 물품을 판매하고 있어도 법률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면, 오히려 기득권조차 빼앗기고 맙니다. 그래서 법률과 금융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나 기업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앉아서 돈 번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이 세계적 최강국(最强國)인 중요한 이유 역시 그들이 세계의 ‘법률과 금융’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은 세계의 법률시장을 양분(兩分)하고 있습니다. 법률시장이 개방된 국가들의 최상위권은 항상 이 두 나라의 법률회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두 국가의 ‘금융의 힘’ 역시 지난 2007년 이후 지속되는 세계경제위기에서 역설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러한 ‘법률 및 금융’ 공룡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나라에도 밀려들 것입니다.

법률과 금융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분명히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켜줄 선진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고, 이에 따라 법률과 금융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모든 일이 과거처럼 간단하게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상식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들도, 이제는 매우 복잡하고 지루한 절차를 거쳐야만 해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본의 논리에 의한 정의’가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제국’이며 ‘변호사의 천국’인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곳에서는 ‘돈이 곧 정의’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러므로 법률 및 금융시장의 개방을 놓고 고민해야 할 사람들은 단순히 대형 로펌들과 은행권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다가올 현실을 어떻게 맞을 것인지에 대하여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무방비 상태에서 법률 및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자본에 의한 ‘정의의 양극화(兩極化)’가 더욱 심해지고, 따라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일반 국민들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봅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양심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식과 논리가 통하는 사회’를 말하는 데 반하여, 제가 ‘양심과 상식’을 말하니까 좀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논리’보다는 ‘양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논리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변호하기 마련이지만, 양심과 상식은 ‘우리’를 생각할 공간을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2011.6.11.) 서울의 한 세탁소를 30년 이상 성실하게 운영하시던 70대 노부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약 한 달 전(5.17.) 세탁소의 스팀다리미 증기통이 폭발하면서, 그분들의 세탁소는 물론이고 이웃과 행인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피해자들 중 일부가 상당한 금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노부부는 심리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피해자들이 노부부에게 상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노부부의 마지막을 보며 마음이 편할 피해보상청구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법’은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살자’고 만든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이 사건처럼 법적으로 풀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며칠 전(2011.6.13.) 뉴스에는 정신적 장애를 앓는 한 여성이 ‘황당한 이유’로 7조 원 이상 되는 소송을 걸었다가 각하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작년에도 100억 원 이상의 유사한 소송을 걸었다가 기각되고, 자신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는 이유로 소송비용까지 국가에 청구하는 일을 시도하였습니다.

이런 소송은 분명히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의 혈세를 엉뚱하게 낭비하는 법률행위가 적지 않습니다. 본인들이 ‘소송할 권리’를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상식’적인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분명히 더 나은 길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법조계의 상식을 벗어난 법률행위들 때문에 국민들이 ‘자살’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항변하는 사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법조계도 차가운 ‘법리’만 따지지 말고 국민들의 ‘정서’를 좀 더 고려한다면, 국민들의 상처 난 마음을 훨씬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법도 따뜻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심과 상식’의 회복을 기대합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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