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규 논설위원

#. 마음보다는 행동으로

우리건물 101호에 세들어 사는 가람이네는 우리와 같이 아들만 셋입니다. 그 옆집인 102호의 경우 내가 통닭과 맥주한잔에 월세를 올리고, 보증금을 돌려준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약속을 한만큼 실행은 했으나 나는 아내로부터 1달 이상동안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한 나에게 아애가 가람이네가 임대주택에 당첨되었다고 월세를 올리지도 않고 건물보증금을 돌려주겠답니다. 그 이유가 의아하여 따지듯이 물었더니 “집을 사는데 빌려주면 그 사람이 잘못되어도 갈 곳이라도 있지만, 장사하는 사람을 주어 잘못되면 오갈 데도 없어 오히려 원망을 받는다.” 그리고 남편도 없이 식당에서 일하며 세 아들을 키우기도 힘들 텐데, 임대아파트에 당첨된 것을 축하해 주어야한다는 것도 이유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장사밑천으로 돌려준 집은 몇 달간 월세를 못 내고 나를 피해 다니더니 야반도주하듯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그러나 가람이네는 배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식당에서 밑반찬을 챙겨오는가 하면 어느 날은 집으로 쳐들어와 밑반찬을 만들어 주기도하며 밤늦게 돌아오는 집사람을 도와주고, 아내는 가게에서 양말이며, 티셔츠를 가지고와서 선물로 주며 가족과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베풀면 그 이상의 댓가가 돌아온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들이 많으면 딸 역할 하는 놈이 있다더니 세 아들 중 둘째 놈의 요리솜씨는 엄마를 능가합니다. 매일 12시 가까이 들어오는 엄마를 대신하여 중학교 때까지는 보조역할을 하더니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전용카드를 가지고 시장도 본인이 볼 정도로 주전 자리도 꿰어 찼다.

하루는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입은 채로 소고기를 다지고 미역국을 끓이며 “육수까지 내어 끊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며 오늘은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했습니다. 누구 생일이냐고 물었더니 “부모가 없는 학교친구가 있는데 친구들이 오늘 생일잔치 해주기로 했답니다. 본인은 미역국을 담당하기로 했답니다.” 항상 학교 갈 때가 되어야 겨우 일어나 허겁지겁 도망치듯 등교하는 놈이 오늘따라 일찍 일어나 요리를 하는 것을 보며, “남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지, 특히 댓가없는 도움은 더욱더.....”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공부는 제대로 안하는 놈이 하는 꼴을 보며 칭찬을 해주어야할지, 꾸중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가슴에 품고가는 베품의 은혜

96년 봄, 환경운동과 관련하여 학교별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장학금의 후원을 받아 환경장학금을 만들어 학교로부터 명단을 추천받았습니다.

우연히 학교에서 추천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장학금제공자와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사람이이서 학생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그녀는 반가워하면서도 곤란한 목소리로 “더 가난한 학생을 도와 달라”며 완곡히 거절하였습니다.

당황한 나는 학교로 전화하여 담당교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니 “남편이 식당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급식비조차 미납을 하고 있어 학비보조학생으로 선정하였으나 부모가 거부하여 장학생으로 선발하였는데 거부하는 이유를 몰라 참 안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연락을 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다시 전화한 후 가르쳐준 학교인근의 주택가로 들어서니 그녀는 흰 스카프를 하고 놀이터의 벤치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연락을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늦게 발견하여 수술도 못해보고 10차례 이상의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두 자녀들의 학비지출도 감당하기 쉽지 않지만 “남에게 동정을 받기 싫고, 자식들의 자존심을 생각하여 외부 도움을 거절을 했었다”며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과와 설득 끝에 “지인들의 성의까지 무시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승낙을 받은 후 회원들이 십시일반 준비한 봉투를 전달하고 헤어진 후, 함께 알고지낸 모든 사람에게 연락도 취해주었습니다.

그해 가을, 그 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이 꼭 통화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존심 때문에 성의를 무시한 것 같아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그리고 올해 대학을 들어가는 아들을 제자라고 생각하고 잘 돌보아달라고... ”

선한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살아생전에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생각한다더니, 일부러 전화를 하여 작은 도움이지만 이에 감사를 표시하고 자식의 앞날을 부탁한 그녀 덕분에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전화를 해주는 제자를 한명 두고 있습니다.


#. 테라사 효과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그렇더라도 그들을 사랑하라. 만일 그대가 좋은 일을 하면 사람들은 그대에게 숨은 동기가 있는 것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좋은 일을 하라. 오늘 그대가 하는 좋은 일은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좋은 일을 하라. .....그대가 세상에서 최선을 베풀어도 무자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세상을 향해 그대가 갖고 있는 최선을 베풀라.....”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베품의 밀알이 되자’는 내용의 테레사수녀의 기도문 중 일부이지만 베푸는 행위에 대해 굳이 종교적인 것을 고려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나 장애우,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웃들을 도와주고, 동정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다양한 모금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행을 베풀고 돌아설 때의 기쁘고 뿌듯한 마음은 어떤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통적인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베푸는 것을 좋아합니다. 남에게 베풀 때의 느낌은 질병의 자연치유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이를 ‘테레사효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즉 남을 돕는 일을 하거나, 남을 돕는 일을 보고 감동을 받기만 해도 자연치유능력이 증진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남을 돕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댓가나 감사의 말조차도 필요 없이 자연치유능력으로 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가족, 친구, 이웃과 같이 어울리며 웃고, 칭찬하고, 배려하는 행동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니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라도 주변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해봅시다. 기다리지 말고, 망설이지도 말고, Right now , 바로 지금~.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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