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규 논설위원

#. 내 사랑 내 남편에게

10년전 IMF의 사회적분위기와 사업을 하던 남편의 잘못된 빚보증으로 우리는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는 욕설과 폭력, 빨간딱지, 산더미처럼 남아있는 사채, 이러한 지옥의 경험을 격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아픔을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본인을 책망하며 술에 빠져 살다 자살까지 시도한 남편, 저를 붙들고 불안해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 이를 지켜보며 눈물을 훔치는 시어머니, 이러한 가정을 위해서라도 무언가는 해야 된다는 그간 살아왔던 아파트입구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길거리에서서 더위를 먹거나 동상을 걸려 고통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측은해하는 어머님의 모습과 저를 피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가게라도 얻어 장사를 할 요량으로 계를 부으며 이를 악물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도 계주가 잠적해 나는 일할 의욕마저 잃어버려 화병으로 쓰러졌으며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정신을 차려야한다는 결심으로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남들이 취업을 꺼려하는 공단에 취업을 했습니다.

“내가 노동까지 해야 하나?” 하는 자격지심으로 불행을 떨칠 수 없었지만 땀 흘리며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보며 갑자기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가족을 위해 멀리 이국땅까지 와서 고생을 하고 있는 그들의 입장도 입장이지만 남편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근무했고 사업이 망한 후 막노동을 하며 10년간 땀을 흘려왔으면서도 투정은커녕, 포장마차일도 도와주고, 집안일까지 도와준 남편을 생각하니 면전에서 “당신 때문에 이 고생하고 있다”는 원망한 적이 한두번 아닌 내가 갑자기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가끔 술에 취해 인사불성상태로 들어와 소리죽여 흐느끼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나의 입장만 생각해온 내가 한탄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제야 땀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습니다. 땀흘려온 당신, 고맙습니다.


#. 내 사랑 내 아내에게

캠퍼스커플인 당신의 격려 속에 나름대로 열심히 고시를 준비하였으나 상황이 여의치 못해 난 군에 입대하였으며 당신은 나와 가까이 있기 위해 직장까지 서울로 옮겨 일주일이 머다 하지 않고 면회를 와주었고 제대 후 당신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고 동거를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마음고생을 시킨 끝에도 대학을 졸업해서도 취직을 하지 못해 피치못해 작은 통닭집을 운영하였습니다. “남자가 할 일이 없이 이런 일을 한다”는 패배감에 현실에 적응치 못해 밖으로 돌며 결국 술과 도박에 손을 대어 당신에게 크나큰 아픔을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큰 아들을 임신한 당신은 나의 무능을 탓하기보다는 “가정만 지켜 달라”는 하소연에 감동하여 모든 것을 정리하고 거의 맨주먹으로 안산으로 이사하여 큰놈이 벌써 군에 들어갈 정도인 지금까지 일에만 매달려왔습니다.

사업을 남부럽지 않을 정도까지 확장해왔고 아파트와 가게도 장만하여 남이 부러워할 만큼 돈은 벌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도박에 손을 대어 모든 재산을 잃고, 알콜 중독증세로 병원까지 오는 신세가 되었네요. 정말 후회스럽습니다.

우리가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결국은 당신의 역할도 적지 않았네요. 피곤함도 모른 채 새벽과 저녁으로 애들을 돌보아주었기 때문이었네요.

명절이나 제사는 물론이고 가족들 모임에까지 푸짐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방문해준 모든 가족들에게 바라바리 음식을 싸주는 모습에 감사하는 작은 아버지가 “장 며느리, 자네가 우리집안의 복이네, 정말 고맙구먼” 하시며 손을 잡아주는 모습을 볼 때 가족 모두에게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나의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당신의 기쁨과 희망이 내 삶뿐만 아니라 이웃과 친척들의 삶에 까지 채워주었기 때문에 더 없이 행복함을 느껴왔는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모르고 살았네요. 나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 당신의 어려움을 돌이켜보며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사가 오늘따라 더욱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먼저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내가 알고 있는 위의 두 가족의 사례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인이 최고이고 가정의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부부만큼 더 좋은 동반자는 없으니까요. 상대의 약함과 아픔까지 모두 내 것이 되는 관계,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관계,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관계 그것이 곧 부부관계입니다.

가정은 모든 사회의 기초이며 행복의 근원이며 부부관계는 반드시 지켜야할 보석중의 보석입니다.

앞으로 나의 장점을 찾으려 하지 말고 단점을 찾아보고 상대방의 장점만을 생각하며, 오늘 상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보십시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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