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요즘 온 나라가 각종 굵직한 이슈들로 시끄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란의 근본원인은 단순히 이슈들이 본질적으로 복잡난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론주도층들이 그것들을 ‘정치적 논리’로 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이슈들을 그 독특한 입장과 관점에서 풀기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대중(大衆)을 ‘선동’하려고만 합니다. 여론주도층들이 ‘솔직’하기보다는 대중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어, 대중을 ‘자극’하려고만 합니다. 논리는 실종되고 ‘흥분’한 대중들만 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론주도층들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을 그 자리에 세운 사람들이 우리 국민들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 국민들의 근본사고(思考)가 변하지 않는 이상, 여론주도층은 국민을 ‘기망(欺罔)’하고, 국민은 ‘선동’당하고, 선동당한 국민은 정당하지 못한 여론주도층을 세우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정치가 후퇴하며 사회경제도 타격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다른 이슈들은 일단 제쳐놓고) ‘반값등록금’ 문제만 생각해봅시다. ‘반값등록금’의 정당성을 따지려면 선결해야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과잉 ‘학력주의’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의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구가 100만 명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도한 학력 인플레가 고급 백수들을 양산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되었습니다.

‘대졸’학력이 필요 없는 직종까지 대졸자들이 점령하면서, 많은 직업현장에서 피고용인도 고용인도 서로 만족하지 못하는 ‘패(敗)-패’관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직이 안돼서, 취직이 용이한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악순환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 어떤 시중은행은 은행창구 직원을 다시 실업계 고교출신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엉뚱한 전공출신의 대졸자들보다 전문실업계 고교출신들이 은행창구에서는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자질, 꿈, 능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대학을 나오고 봐야 한다는 식의 ‘학력주의’는 뿌리 깊은 ‘학벌주의’나 ‘학연주의’ 못지않게 사회적 병폐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가(假)수요’가 무책임한 ‘공급’, 즉 유치원보다도 못한 부실대학들의 난립을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잉 ‘학력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분위기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기업들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식의 불필요한 학력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직종에 적합한 인재들을 선발해야 합니다. 고학력자가 반드시 유능하고 적합한 인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야 고용인도 피고용인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자질, 꿈, 그리고 능력을 존중하여 자녀들이 정말 만족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진로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학부모들부터가 ‘대학 못가면 사회적 낙오자’라는 개념을 자녀들에게 심어주면 안 됩니다. 소신껏 자신의 꿈을 펴는 자녀들을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둘째, 국민의 세금을 자기 재산처럼 소중히 여기고 사용할, 책임 있는 사회지도자들을 세워야 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실제 자신의 돈이 들어간다면 단돈 만 원이라도 허투루 쓸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하지만 수천 억, 수십조 원 사업을 벌이면서도 뒷책임은 절대 지려고 하지 않는 무책임한 정치인들과 그들을 통해 사익(私益)을 챙기는 관계자들은 엄벌해야 합니다. 지금 곳곳에 개점휴업 중인 지방공항이 몇입니까? 차량도 얼마 다니지 않는 곳에 대규모 도로공사를 하여, 민간사업자들에게 손실보전하는 금액이 도대체 연간 얼마입니까?

하지만 그들이 그런 무책임한 사업을 벌이도록, 그들을 그곳에 세운 자들이 결국 우리 국민들입니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결국 우리 국민의 책임입니다. 우리 지역에 대단한 사업, 공사, 기관들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박수쳐서는 안 됩니다. 일단 그런 것들을 유치한다고 반드시 지역사회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해당지역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그 공약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벌어질 각종 부작용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부실대학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한, 그 대학을 어떤 식으로 설립, 운영하든(재단전입금 전혀 없이 등록금으로만 운영하든, 외국학생들로 채우든), 그것은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이 개입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시장의 원리에 따라 성장발전하거나 도태되도록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 ‘인공부양’하는 이상, 국가는 그 대학들을 감독, 지도, 견책할 책임이 있습니다. 부실대학들은 필연적으로 사학비리를 부릅니다. 사학비리는 필연적으로 부실대학을 키웁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 악순환을 지속시킬 수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먼저 자성해야 합니다. 오늘을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악순환이 반복되도록 만들면 안 됩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부터 바꾸어 봅시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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