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한 사건 이후 지역에 관계없이 학교폭력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안산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여학생을 교내에서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충격적인 일도 폭로됐다. 이 문제를 대충 넘기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분명 이는 교육 관계자들이 깊이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가해학생과 교사의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교사들에게 학교 폭력과 관련된 연수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교사 연수로 해결될 문제라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갈수록 악화되는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 제거에 나서야 한다.

지나친 입시경쟁으로 인한 인권교육 부재, 줄 세우기 문화 등 거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마음을 터 놓고 소통할 수 있는 구조도 현 교육 체계에서는 극히 미비하다.

안산지역에 학생들의 고민과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상담교사가 14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상담교사 중 정교사는 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간제교사와 계약직 순회교사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안산지역 105개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의 마음을 보살피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치유할 수 있는 심리·상담 전문가의 학교현장 배치를 늘려야 한다.

안산시는 5년 전 학교폭력을 예방하겠다며 60억원을 투입해 전 학교에 CCTV를 설치했지만 학교폭력은 감소하지 않았다. 감시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안산시는 매년 학교에 교육경비 보조금 명목으로 1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을 체육관 신설이나 운동장 보수 등 시설투자에 쏟아 붇고 있는 실정이다.

이 예산의 일부분만이라도 심리·상담 교사를 확충하는데 투자할 필요가 있다.

피해 학생들이 아무 곳에도 의지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마음 놓고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은 이제 학생들과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을 통해 줄을 세우는 교육이 아닌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교육이 현장에서 반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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