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만약 돈을 보관하는 자가 임의로 자신을 위해 사용하였다면, 횡령으로 처벌 받는다 하더라도 억울할 것까지야 없지만, 간혹 횡령으로 처벌받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갑은 외국 출장을 가는 을에게 돈 100만원을 주면서 특정 브랜드 명품 핸드백 구입을 부탁하였다.

을은 갑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하고 금 1,00만원을 받은 뒤 공항 면세점에서 갑이 부탁한 핸드백을 사기 위해 갑으로부터 받은 금 100만원으로 대금을 결제하려는 순간 갑이 을로부터 빌려간 100만원을 갚지도 않으면서 을도 갖고 있지 않은 핸드백을 산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을은 결국 갑이 부탁한 핸드백을 사지 않았고 갑으로부터 받을 돈 100만원이 있으니 서로 상계하면 된다는 생각에 금 100만원을 외국 출장 중 자신의 경비로 모두 사용하였다.

이런 경우도 을은 횡령으로 처벌 받아야 하는가?

갑은 을에게 사용 용도를 특정하여 금 100만원을 위탁한 것이고, 이처럼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았다면 보관자인 을은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없으며, 만약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횡령이 성립된다.

또한 상계정산하기로 하였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갑에 대한 채권의 존재는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상계할 수 있는 반대채권이 있어 상계 충당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용도 내지 목적을 특정하여 위탁한 돈의 반환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이처럼 용도가 제한된 자금을 위탁 받은 자는 그 목적에 따라서만 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횡령이 성립하게 된다.

또한 예를 들어 관리비 부과 내역 중 하나인 장기수선 충당금은 주요설비 등의 교체 및 보수에 사용하도록 용도와 목적이 특정된 자금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관리인이 장기수선 충당금 명목으로 징수한 돈을 일반 경비로 사용하였다면, 특정되어 제한된 용도에 사용되지 아니한 것이므로, 가사 건물관리에 불가피한 지출이라 하더라도 횡령이 성립하게 된다.

간혹 ‘관리비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전기세 체납으로 단전될 상황에 있어서 장기수선 충당금으로 징수한 돈 중 일부를 전기세로 납부한 것인데, 횡령이라니, 너무나 억울하다’라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현재 판단 기준에 따르면 횡령이 성립할 수 밖에 없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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