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공사대금 채권 1,000만원을 가지고 있고, 을이 갑에게 대여금 채권 1,500만원이 있을 경우, 갑과 을은 누구라도 상계라는 제도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만으로 금 1,000만원에 관한 채권, 채무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계가 양육비 채권과 관련하여서도 인정될 수 있을까? 상계가 가사사건에서도 그대로 인정되면 악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예를 들어 양육비 지급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자가 일부러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양육자에 대한 자신의 채권으로 상계함으로써 자녀들에 대한 양육의 의무를 합법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 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양육비 채권은 처분가능하며, 양육비 채권자는 이를 자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장래 양육비도 상계할 수 있다는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은 ‘갑이 을에게 재산분할금으로 금 5,000만원을 지급하고 양육자를 갑으로 하되 을이 지급하는 양육비를 매월 금 100만원으로 한다’라는 내용의 임의조정을 통해 이혼하게 되었다.

갑과 을은 혼인 생활 중 아파트를 구입하였는데 그 명의를 갑으로 해 두었던 것이고, 이에 기초하여 갑과 을 사이의 이혼은 이혼 당시 갑 명의로 되어 있는 아파트를 그대로 갑 소유로 하되 갑이 을의 기여도에 해당하는 금 5,000만원을 을에게 지급하고 을이 아이를 양육하는 갑에게는 매월 금 10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종결되었던 것이다.

이후 갑은 을에게 금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을은 결국 재산분할금 채권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러자 갑은 앞으로 50개월 동안의 양육비 5,000만원을 받지 않겠다며 을에게 경매취하를 요청하였고, 을은 갑이 재산분할금 채무 5,000만원과 50개월 동안의 양육비 채권을 상계한다기에 경매를 취하하게 되었다.

그 뒤 갑은 경매가 취하되자 아파트를 처분한 뒤 을을 상대로 양육비 지급을 구하였다. 그러자 을은 종전 갑과 을 사이에서는 장래 양육비에 대한 상계 합의가 있었다며 갑의 양육비 청구를 다투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한하여만 상계가 허용된다는 종전 대법원의 견해와 달리 위 사안과 같은 경우 상계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뒤 갑의 양육비 청구를 기각하였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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