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근저당을 설정할 때 필요한 설정비용, 인지세, 감정평가 수수료 등은 통상 대출을 받는 채무자가 부담해 왔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채무자는 아무래도 근저당 설정비 부담 여부를 문제 삼아야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지금까지는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아니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채무자가 채권자의 담보확보를 위한 비용까지도 부담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최근 이에 관한 판단이 나오고 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시중은행 상대로 한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에서 채무자가 처음 승소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소송에서는 채무자가 패소하였다는 것인데, 과연 근저당 설정비는 누가 부담해야 맞다는 것인가?

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채무자가 승소한 사안에서 재판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부동산을 담보로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한 등기비용, 취득세, 소개료, 대서료 등 비용을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담보권자인 채권자가 담보권 설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라고 판단하였다고 한다.

또한 재판부는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한 개별약정이 있었다는 은행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출거래 약정서, 근저당권 설정계약서의 인지세, 근저당권 설정비, 감정평가수수료의 부담 주체란에 누가 부담할 것인지 아무런 수기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라며 개별약정이 있었다는 은행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개별약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채권자인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승소한 사안은 개별약정이 없었으므로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라는 것이고, 종전 채무자가 패소한 사안은 채무자가 비용 부담에 관하여 별도의 약정을 하였거나 대출거래 약관에 채무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기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채무자가 승소한 사안에서 재판부는 ‘약관에 비용이 채무자의 부담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세부적인 계약조건에 관하여 고객과 은행 사이에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실상 은행직원의 지시에 따라 대출계약서가 작성되는 것이 거래현실이고, 이와 같이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러한 약관은 대출거래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은행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대출 관련 부대비용 중 은행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까지 고객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거나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사실상 이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조항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며 다른 재판부와 다른 견해까지도 밝혔다고 한다.

개별약정이 있다면 그 약정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대출거래 약관에 채무자 부담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 약관에 따라 채무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인가는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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