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애


‘운명애’. 니체가 사용한 말로 유명하다. 우리는 가끔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라는 철학적인 의문을 던질 때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인사는 ‘그것을 알기 위해 산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일부 철학자들은 ‘자신의 존재와 생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생존에 대한 본능’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저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이란 저서 마지막 9장에서 ‘운명애’를 다뤘다.
칙센트미하이는 ‘운명애’ 편에서 인간의 삶은 우주에 흔적을 남기지만 자기목적성이 뚜렷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의식에서 무질서를 크게 줄인다고 전한다.

반면에 많이 가지려 하고 자기 영향력을 넓히는데 혈안이 된 사람은 사회 전반을 무질서하게 만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자기목적성이 뚜렷한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삶은 ‘우주의 미래가 내 한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접지 말되,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걸 비웃어라’는 불교의 말을 빌려 충고한다.
인간은 한마디로 ‘관심’과 ‘겸손’이 조화를 이뤄야 어딘가에 전념하면서도 무심함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운명애’는 자의든 타의든 ‘자기 행동의 주인의식을 가지려는 자세’라고 칙센트미하이는 결론짓는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13년 전에 처음으로 출판됐다. 필자의 삶에 영향을 준 책이어서 최근 뒤적이다가 재발견해 다시 읽고 선거철을 맞아 칼럼 소재로 삼았다.
오는 6.13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이들은 자기목적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바꿔 말하면 자기 행동의 주인의식을 가지려는 목표설정이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목적성과 목표설정이 강한 사람은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에 뿌리를 두고 끝없는 이익을 탐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정치’라는 뚜렷한 목표는 몰입으로 인해 행복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목표 자체만을 무자비하게 쫓을 경우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하는 이들은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먼저다.
그 다음은 임기 중에 무엇을 해낼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마지막은 자신의 이익을 탐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현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인은 자신의 영역에 대한 관심과 겸손이 조화를 이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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