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나와 이웃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터이자 일터이다. 이런 마을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여 성과를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부당함에 맞서는 합리적인 제안 그리고 직접 참여하여 활동하는 과정을 경험한다면 마을의 자치 능력이 크게 확장 될 것이다.

더욱이 주민들의 자치역량강화를 위해 행정이 경쟁적으로 앞장서는 등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형성됐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단어 중 ‘사회적경제’가 있다. 자본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개념으로 이윤창출이 최대 목적인 기업논리가 아닌 공동체의 보편적인 이익을 우선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노력한 만큼 나누는 것이다.

빈부격차 해소와 불평등한 경제의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물질 만능주의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은 인생의 기준이 경제발전인 것처럼 성장에 집중하여 개인의 삶이 희생되는 엄혹한 세월을 지나왔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실들을 보고 있자면 분노가 생기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부가 대물림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회복하기 힘들 만큼의 간극을 만들었고 간극을 좁히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마을에서도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이익을 내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어르신이나 장애인, 소득이 적은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자립을 돕는 일련의 역할들을 마을 단위에서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완전하게 정착되지 않았지만 희망적인 사례들이 있다.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유통 대기업에 맞서 농가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공존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먹거리의 이동거리를 줄이고 생산지역과 생산자를 공개하며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가격,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도를 높였다.

경기도 성남시의 사회적경제 판매장은 시민들 생활 속에서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목표로 사회적경제기업 생산품을 판매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훈련도 하면서 전국 일자리 경진대회에서 사회적기업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가까운 화성의 경우 사회적경제지원기금을 만들어 전폭 지원하고 있으며 아직 부족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융자와 창업 아카데미를 열어 활동가를 양성하고 사회적공동체 지원공간도 마련했다.

전통적으로 강한 서울의 서대문구는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센터를 건립해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공간을 통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 지역문제와 경제활성화를 지원한다. 공정무역센터를 만든 성북구는 조금은 비싸더라도 윤리적인 소비문화를 만들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양천구는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센터를 운영해 청년사회적기업가를 육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안산시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통해 창업교육과 경제대학, 정책 포럼을 진행해 지역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공유경제로 나뉘는데 그 중 마을기업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구성원이나 자원이 마을공동체에 기반 하기 때문에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수익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마을 단위의 기업이기 때문에 정서적 공감대가 만들어져 지속가능성도 높다. 주민이 출자하고 생산과 소비도 주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기에 애착심도 생긴다.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지역순환경제의 일환으로 마을 화폐를 만들고, 되도록 지역 상권을 이용하는 등 마을에서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 1400여 개의 마을기업이 있고 저마다 특성을 살려 성공사례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필자도 오래 전부터 주민들과 전국의 마을기업 사례들을 공부하고 우리 마을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주민자치위원이라 수익사업에 제한이 있지만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 마을에 힘이 되는 다양한 수익사업을 진행해 볼 생각이다. 뜻 맞는 주민들과 함께 하기에 설레고 기대된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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