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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my life양진영<법무법인 온누리 대표변호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2.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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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조지 버나드 쇼(1856. 7. 26.~1950. 11. 2.)의 묘비에 있는 글로 유명한 구절이다. 당사자의 뜻이 의역과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꿈보다 해몽이 더 와닿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극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위인도 속절없이 한 세상 살았다고 한탄하는데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은 그야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스스로를 돌아본다.

만 나이로 이순(耳順)까지 5년 남았다. 과연 그 때쯤이면 공자가 말했듯이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 불혹(不惑)이라는 40세도, 지천명(知天命)이라는 50세도 이미 훌쩍 지났건만 하늘의 명(命)은 커녕 아직도 세상일에 정신이 온통 빼앗겨 있는데, 시내산의 계시가 없는 이상 이순(耳順)이 와도 내 정신연령은 불혹(不惑)에도 미치지 못하리라는 것은 거의 자명하다.

이대로 살다간 우물쭈물하는 줄도 모르고 전역신고(?)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래서 올해는 년 단위 계획이 아닌 내 인생을 통째로 한번 설계해 보기로 했다.

계기는 있다. 지난 연말에 그동안 묵은 충치처럼 오랜 숙제로 달고 살았던 학위논문에 간신히 마침표를 찍었고, 느지막하게 시작한 변호사 생활도 지난 1월 31일자로 만 20년을 채웠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했고 내친 김에 내 인생 중간정산도 아울러 해보기로 했다.

이 설계에는 김형석 교수(1920년생)의 “백세를 살아보니”라는 책이 참고서 역할을 했다.
이 분의 연세가 올해 한국나이로 꼭 100세이다. 책 출판시점이 2016년이니 당시 연세가 97세, 일단 장수기준으로는 이 분을 모델로 삼기로 했다.

노(老)교수 저서의 분류대로(위와 같이 장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인생을 3등분하여, 태어나서 32~3세까지, 그 때부터 65세 전후까지, 그리고 그 이후부터 요단강 건너갈 때까지로 나누어 본다.

1라운드는, 단석산 기슭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태를 묻은 곳에서 15살까지 뼈를 키웠고 추수가 끝난 빈 들판을 바라보며 탈출을 시도한 지 15년여 만에 간신히 맨땅에 헤딩하는 삶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2라운드는 사법연수원 수료이후 본격화되었고 그 때부터 내 이름 석자 보다 ‘양변’에 익숙해 졌고 이것이 현재까지 나의 정체성에 줄곧 따라 다닌다.

그 간 주요 활동 무대는 안산이었으며 ‘양변의 외연확대’라는 명분으로 두 차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참여한 것이 약간의 특이사항이다. 존경하는 노(老) 교수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인생의 황금시기는 65세부터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남은 10년간의 계획을 먼저 세워 본다. 이 기간의 우선적 버킷리스트는 상하이에 법무법인 온누리 분사무소를, 충남 예산에 온누리 연수원을 설립하고 정착시키는 것이다. 전자는 현역시절에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로펌퍼즐을 완성하고 싶은 오랜 숙원 때문이고 후자는 65세 이후 하방(下方)의 삶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이 기간에 그동안 두 차례 미수에 그친 지자체 사역을 감당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찌할 것인가? 일단 지금은 내 자유의지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상수(常數)만 생각하기로 한다. 인생 2라운드의 남은 10년에 위와 같이 몰아치기 인생을 설계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생 3라운드인 65세 이후의 삶이 정말 기대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이 세상에서 내가 갚아야 할 채무 혹은 의무라고 간주되는 일들은 모두 남김없이, 깨끗하게 처리하고 싶은 조바심 때문이기도 하다.

인생 3라운드는 세상 돈버는 것, 자리를 추구하는 삶에서 완전히 절연된 삶을 살아보는 것이 목표이다. 그 시기에 하고 싶은 일은 성경역사학자가 되는 것이다. 사학자의 오랜 꿈도 이루면서 구원에 이르는 천로역정을 걷고 싶다. 때로는 강단에도 서고, 방황하는 젊은이나 실패한 사업가의 멘토 역할도 자임하면서 틈틈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성지순례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이 모든 삶의 흔적을 모아 궁극적으로 남기고 싶은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따로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비견되는 역작하나 내 이름 뒤에 남기는 것. 이러한 한여름밤의 꿈을 나는 한겨울에 꾸고 있다. 그런데 만약 과연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아이쿠, 몽상을 꾸다보니 출근시간이다. ‘월요 주례회의에 대표가 늦으면 안되지.’ 그래도 멋진 내 묘비병 하나는 마무리 짓고 오늘을 시작하자. 그래! “Bravo my life"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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