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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아재들을 위한 발라드양진영<법무법인 온누리 대표변호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4.1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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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계절인지라 청첩장이 홍수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가장 화려한 날이고 이를 기념하는 선남선녀의 인생 샷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야 하는 것이 폼나는 일인 줄은 잘 알고 있지만, 남모르게 호주머니 사정부터 헤아려 보는 것이 오늘날 많은 대한민국 5060아재들의 현주소이다. 이 세대를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 소득 기준 조사에 의하면 20년 전에 비해 중산층은 5% 줄어든 36.7%로 집계되었고 그 비율만큼 하방직진하여 현재 하위계층은 23.5%로 늘어났다.

쉽게 말해 중산층은 붕괴되어가고 있고 자기 한 몸 부양하기 힘든 가장이 전체의 4분의 1로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2018년 기준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의하더라도 26세에서 39세의 피부양자를 둔 5060세대는 약 140만 세대이고 그중 40만 세대 가량이 하위계층으로 조사되어 위 중산층 붕괴 통계가 사실임이 재차 입증된다.

최근 무작위로 5060 세대 24명을 추출해 임의 문답한 결과에 의하더라도 절반은 10년이 안되어 중산층에서 하층으로 추락하였고 월평균 소득은 650만원에서 129만원으로 급전직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설상가상으로 요즘은 만혼이 대세라 60대 중후반이 되어도, 수령해야만 하는 청첩장은 끊이질 않는다. 퇴직 후 택시를 모는 어느 60대 가장은 봄, 가을에는 소득의 3분지 1이 경조사비라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이를 피하기 위해 5060세대 중 남몰래 단톡방을 떠나는 비중이 는다고 하니 참으로 웃픈 일이다. 정에 약해서 알고는 외면할 수 없는 아재들의 고육지책이다.

안산과 같은 개방형도시에 살기 위해서는 관계형성에서 소외되면 낙오되는 줄 알고, 5060아재들의 한참 때는, 죽어라 회비를 내가면서 향우회, 동창회, 최고위과정, 아카데미 등으로 알아서 스스로 거미줄처럼 연줄을 엮어왔고 그것도 불안해 SNS를 통한 인맥까지 더하여 부채꼴 인맥을 겹겹이 둘러 쌓아가면서 살아왔다. 이제 바야흐로 전성기는 지나고 어느덧 소득은 크레바스에 빠졌는데 차마 외면하기 힘든 관계망은 엉거주춤 남아있고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고지서(?)를 통해 전달되어 온다.

그래서 심한 주말에는 점심을 세 번 초대받기도 하는데 고만고만한 뷔페음식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호사 아닌 호사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러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기 혼사에는 소위 스몰웨딩을 하고 싶어도 만만찮은 출가비용에 자신도 그냥 남들처럼 눈 딱 감고 청첩장을 남발하고야 마는 것이 오늘날 5060아재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청첩장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고 주말에 두세 군데 결혼식장을 들르면서 소위 사람구실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절망의 5060아재들 중 심각한 경우는 경제적 무능력으로 갈등을 빚다가 가정은 붕괴되고 자칫하면 고독사를 염려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니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돌이켜 본다. 5060 아재들도 화려한 봄날이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의 주역이었고 1980년 후반부터 얼마 전까지는 한국경제의 견인차였으며 오늘날 3만불 시대를 연 명실상부한 한국사회의 주역이었다. 즉, 1987년 민주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 박종철 군의 선•후배였으며 지난날 고성산불처럼 우리 사회를 위협했던 IMF와 2008년 경제위기에도 살아남은 불사조였다.

하기야 이 세대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전후해서 태어나서 어쩌면 날 때부터 무한경쟁은 체질이었다. 한 반에 60명 이상이 바글바글하는 교실에서 서로 부대끼다보니 경쟁을 몸에 달고 살았다. 힘은 들었지만 사람냄새도 제대로 익힌 세대들이다. 이러한 5060아재들은 앞으로 평균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을 더 살아야 한다. 어찌할 것인가? 남은 여명을 때우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인생의 황금시기를 제대로 누리고 갈 것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설레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경제인구에 시달리는 오늘날 출산율 제고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완숙한 장년을 다시 산업의 현장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속칭 ‘인생 제2공장연구소’를 세워 인생 2막을 설계하게 하고, 단순한 일자리는 소위 속칭 ‘안산형 일자리’를 마련하여 보다 낮은 임금으로라도 장년들을 우선취업하게 하는 정책적 대안이 절실하다.

5060아재들이 젊은 날 비상하며 꾸었던 갈매기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날개는 접히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청첩장”이 고지서가 아니라 아직도 나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당당한 “초대장”으로 느껴지게 해주어야 한다. 더 이상 아재가 아니라 그레이 신사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하고 이들은 그럴만한 자격도 능력도 있다. 이러한 5060아재들에게 아래 한마디로 진심어린 헌사에 갈음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날자, 그날의 조나단 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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