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를 흔들고 있는 영화는 단연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감독의 기생충이다. 대통령부부도 관람했다는 소식에 관람객수 1천만이상을 넘을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영화를 보기위해 만원짜리 티켓 2장을 구입했는데 불가피하게 갈수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제주여행을 갈 때 비행기표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좌석을 검색하면 때로는 만원에 탑승권을 살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중국에서는 기업회계에서 감가상각을 비용으로 상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매몰비용과 관련이 있다. 성서에 보면 다윗은 사랑하는 아들이 아플때에 금식을 하며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더니 아들이 죽자  일어나 음식을 먹었다. 신하들이 왕자가 죽었는데 울지 않느냐고 하자 아이가 살았을 때는 하나님이 나를 불쌍이 여기시어 아이를 살려주실지도 몰라서 울었지만 이제 죽은 아이가 다시 돌아오겠느냐라고 대답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한 미련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간은 대단히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커너먼(1934~)은 사람은 의사결정을 할 때 위험을 회피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심리학적 연구를 토대로 행동경제학을 이론적으로 확고하게 했다.

정부가 사회적경제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양수겸장의 야심찬 목표를 갖고 실행해 오고 있다. 무려 50조라는 막대한 예산을 소비했지만 실물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500조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7조의 추경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정부의 고민을 알 수 있다. 공장 가동률은 줄고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과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어 불평등은 골은 깊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자에게는 가족들과 저녁있는 삶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을지 몰라도 노동시간이 돈인 저소득 근로자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어 노동을 통해서는 삶이 나아질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모를리 없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주가를 보면서도 팔지 못하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과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매몰비용은 이미 죽은 자식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중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의 정책이 실패하면 실패한 정책을 위해 사용된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투자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못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다. 더 큰 실패를 하기전에 과감한 포기가 필요하다.

물론 비난을 감수해야한다. 그러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에 대해 국민은 신뢰와 희망을 갖게 된다. 2017년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는 그의 책 넛지에서 행동경제학은 선택설계자의 역할을 최소화하면서 공공의 선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간의 합리성은 극히 제한적이며, 실제행동은 고정관념과 급한 판단으로 인해 편향을 낳는다고 했다. 행동경제학은 국가개입만능주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엄벌, 단속, 발본색원 등 무엇이든 규제와 처벌로 해결하려해서는 안된다, 정치실패로 빚어진 경제문제까지 시장실패로 몰아가지 않아야 한다. 세일러는“선택의 자유는 잘못된 설계에 대한 최선의 안전장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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