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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돈을 동시에 떨어뜨렸다면?류근원<동화작가>
  • 안산신문
  • 승인 2019.09.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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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시작되었다. 라디오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가을 노래가 흘러나오고, 도서관마다 독서의 계절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 현수막이 걸려있다. 도서관에서 제일 많이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같다. 

출판 일 때문에 버스보다는 전철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산본역을 지날 때면 묘한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10년 가까이 변함없이 펼치고 있는 군포시의‘책의 도시 군포’라는 캐치프레이즈 때문이다.

군포시는 2010년부터 시작된 책사랑 운동을 현재까지 계속 전개하고 있다. 어딜 가든 쉼터 책방이 있다. 버스정류장에도 있고 등산로에도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으로 많이 찾아오는 책의 도시가 이웃 군포시이다.
우리 삶의 터전 안산시에도 ‘안산, 책과 함께 숨쉬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며칠 전, 귀가 번쩍 뜨이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중앙도서관이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산시 성인 독서율과 독서시간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온 것이었다.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66.5%로 전국 59.9%와 경기도 63.6%보다 높게 나왔다. 이 조사는 독서증진 정책수립의 징검돌이 될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안산시민으로서의 자긍심까지 느끼게 하는 보도였다.
독서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라는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만큼 책의 소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다와 빌 게이츠의 하버드 대학의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독서 습관이라는 말은 명언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책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나라 성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4%로 세계1위이다. 그 작은 스마트폰에 세계가 다 들어있다. 그러니 자연히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전철과 버스 안을 살펴보면 승객 거의가 스마트폰에 몰입하고 있다. 책 읽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책을 가까이 해야 할 청소년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 등의 영상물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 책은 더없이 작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현상을 청소년들의 탓만으로 돌릴 것인가?

대형 출판사 직원을 뽑는 면접 때 있었던 일이다. 왜 책과 가까이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솔직하게 대답해 달라고 면접관이 물었다. 전공과목이외의 책을 읽으면 어쩐지 죄를 짓는 것과 같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독서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오래 전엔 학교에 아침독서시간이 있어 나름대로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였다. 그러던 어느 해인가, 교육청에서 등교시간을 9시로 정하는 바람에 그나마 아침독서시간도 사라져버렸다. 교육에서부터 독서문화에 대한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책을 좋아하는 소년이 있었다.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가난해서 책을 사 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헌책을 모아 서점 한 귀퉁이에서 공짜로 읽게 해주는 곳이 있었다. 소년은 단골손님 1호였지만 너무 보고 싶은 동화책이 있어 몰래 훔치게 된다. 어머니의 의심의 눈초리가 너무나 강렬했다. 회초리로 맞으면서도 주인 아저씨가 공짜로 준 책이라고 둘러댔다. 어머니의 손에 끌려 확인 차 간 서점에서 주인은 선물로 준 책이라고 했다. 소년의 가슴에 평생 짐이 되는 서점 주인의 말이었다. 두부공장에서 두부를 떼다가 장사를 했던 어머니는 매일 아침 그 서점 문 앞에 두부를 갖다 놓았다. 그 소년은 자라서 동화작가가 되어 어린 시절 가슴 아팠던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어 발표했다. 어린 시절 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유대 속담에 이런 구절이 있다.
‘만일 책과 옷에 잉크가 떨어졌다면, 먼저 책에 떨어진 잉크를 닦아낸 다음 옷에 묻은 잉크를 지워라. 만일 책과 돈을 동시에 떨어뜨렸다면?’

‘…, 책을 먼저 집어 들어라’이지만 현실에서는 공허한 속담으로 들린다. ‘책 든 손 귀하고, 읽는 눈 빛난다’라던 책의 시대는 정녕 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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