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미국 듀크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댄 애니얼리는 “공짜도 가격임을 명심해라. 공짜는 사람들의 주의력을 불균형적으로 사로 잡는 가격이다”고 했다. 미국의 속담에 “세상에 공짜 도움말 같은 건 없다” 라는 말도 있다. 해외에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 때 가벼운 법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임원이 친구 변호사에게 코멘트 정도의 도움을 구한 일이 있었다.
임원은 친구니까 당연히 그정도의 코멘트정도는 해 줄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사의 상담에 대한 지불 청구서를 받아들고 어처구니 없어 하는걸 보고 당연히 변호사비용을 지불하라고 지시한 경험이 있다.
공짜는 대가 없이 서비스나 물품을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공짜는 인간의 욕구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불확실성과 손실을 회피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짜는 지불의 고통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이를 대변한다. 덤으로 얻은 것에 대한 사람의 심리는 관대하다.
그러나 경제학의 원칙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다.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점심을 공짜로 얻어먹는 순간 심리적 부채가 누적된다. 매번 공짜로 먹을 수가 없다. 부채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의 심리를 마케팅에 이용한다. 나를 귀찮게하는 전화가 있다. 건강식품을 만드는 곳인데 골프 등 단체모임에 와서 공짜로 선물을 돌리고 제품을 소개한다.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공짜로 받은 선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받은 것의 몇배에 달하는 건강식품을 사들고 온다. 
  2020년도 정부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금년에 비해 무려 43조 9000억원(9.3%)이 증가한 513조 5000억원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8%를 훨씬 뛰어넘는 확장재정이다. 경제성장이 저조하기에 재정을 확대하여 시장을 살리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보건, 복지, 노동 관련 예산이 181조 6000억원(+12.8%)으로 전체예산의 35.36%에 이른다. 한편, 생산성증대를 위한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 SOC부문은 46조 2000억원(+25.7%)으로 확대되었지만 전체예산의 9%에 불과하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산 확대가 복지를 늘려 민심을 얻으려는 예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입이 줄어들면 온 가족이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살림살이가 아닐까?
정책의 목표는 산업분야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혁신성장 가속화, 경제활력제고, 포용성 강화, 국민편의/안전제고 등 4가지에 역점을 둔다고 하지만 예산편성을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복지라는 미명하에 현금을 공짜로 나누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일은 오로지 기업의 몫이다. 기업의 매출과 수익창출만이 국가자산은 물론  국민편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어떤 중소기업사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왜?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는데 고용안정자금을 지원하나? 그런 공짜보다는 차라리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고용의 유연성을 갖도록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규제를 줄이고 기업의 역동성에 힘을 실어준다면 정부의 공짜지원이 없어도 기업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고 되고 실업은 줄고 결국 민생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