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2012년에 한국여성경제학회가 젠더와 경제학(Gender & Economics)라는 책을 발간하여 경제학에 있어서 성별간의 차이와 문제점을 토로하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경제학하면 돈버는 일은 남성의 몫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여성이 경제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해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최초의 여성경제학자로는 1906년에 태어나 1932년에 26살의 나이로 죽은 최영숙이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이화학당을 졸업하고 중국 난징에서 4년의 유학생활과 1926년에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1931년에 경제학사로 귀국하였다. 그녀는 영어, 스웨덴어,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 등 5개국어에 능통했을 정도로 뛰어난 엘리트 여성으로 스웨덴 유학생활 중에 그곳 여성들의 자유로운 사회생활과 근로자들의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에 자극을 받고 조선의 여성과 노동자들이 그들의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돌아왔지만 가부장적인 사회적 풍토와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려웠던 시기에 그녀가 발붙일 곳이 없었고 서대문 밖에서 콩나물과 배추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영양실조와 임신중독으로 쓰려졌다.
 
  그녀가 꿈꾸었던 남녀평등권, 여성들의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회활동이 87년이 지난 오늘에는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해본다. 단편적으로 여성가족부가 존재하고 정당에서 최고위원이 여성할당제도 등을 고려하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두드러졌으면서도 아직 젠더차별이 완전하게 사라진 평등권과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회진출은 요원하다. 경제적 부의 창출에 있어서 여성의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다. 소비경제는 더 말할나위가 없다. 가끔 집에서 가까운 물왕리저수지나 백운호수에 인접한 카페에 가보면 평일에도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그들이 아니면 한적한 곳에서의 카페운영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시장경제의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여성이라고 보아도 틀림없다. 경제학에서 이들의 비중을 소홀히 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경제의 주체를 남성으로 착각한다. 경제주체를 가정과 기업과 정부라고 하면 가정경제에서 여성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요즘처럼 맞벌이가 일반화되어 있는 시대에 가사를 챙기는 부분도 부부의 분담이 필요해지고 있듯이 경제학을 논할 때 여성의 경제적 역할과 성과에 대해서도 바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종교적인 개인의 의견을 잘쓰려고 하지않지만 이왕 젠더 경제학을 이야기하면서 짚고 가야할 부분이 여성에 대한 편견에 관한 것이다. 교회에서의 여성교인은 거의 70%이상을 차지한다. 교회내의 찬양대, 교사 등 봉사부분의 대다수도 여성교인들에 의해 좌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로를 피택할 때 여성은 거의 배제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교회뿐만아니라 사회공동체에서 여성들의 리더로서의 참여 폭을 넓혀야 한다. 물론 여성의 몫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화하면 역차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옳지 않다. 오히려 여성의 진출과 참여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의 경제적 기여에 버금가는 여성의 역할과 책임과 참여가 이루어져서 진정한 젠더 차별이 없는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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