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명절이 되면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음식도 나누고 밤을 새우며 즐겼습니다. 아이들과 윷놀이를 하다가 늦은 밤에는 결국 화투놀이인 고스톱을 하게 됩니다. 고스톱은 어쩌면 개인의 이기적인 본능도 작용하지만 결국은 판돈이 골고루 나누어지게 됩니다. 누구하나 돈을 땃다고 가져가는 일이 없습니다. 밤이 새도록 고스톱을 했지만 나중에는 잃은 사람도 모은 사람도 없게되고 즐거운 추억만 남게 됩니다.

고스톱을 도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엔 오히려 포커나 블랙잭 등 서양의 카드놀이 보다는 훨씬 철학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봅니다. 커드놀이는 눈치보기와 운에 기대는 경향이 높지만 고스톱은 경제학의 요소들이 들어 있습니다.
첫째 고스톱은 3점이라는 기본적인 룰이 있습니다. 고와 스톱을 할 수 있는 자격요건인 셈이지요. 고스톱의 패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패를 가졌다고 반드시 3점을 먼저 획득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쩌면 금수저, 흙수저를 말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지니고 있는 현실에서 고스톱의 지혜를 배웁니다. 아무리 좋은 패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의사결정을 잘못할 경우, 젖히는 패가 맞지않을 경우 패는 화려하지만 3점을 얻을 수 없습니다. 다섯장의 광을 가지고도 껍데기만 가진 사람에게 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 기회가 가능해야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은 룰과 같습니다.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지인의 사례를 들어봅니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하여 쫓기듯이 가족들과 함께 낯선 땅 캐나다 토론토로 가야만 했습니다. 그곳에 가서도 언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처남의 도움으로 토론토의 영스트리트의 끝자락에 작은 샌드위치 가게를 열고 24시간영업을 했습니다. 캐나다나 미국이나 오후8시가 넘으면 모든 상가는 불을 끄고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가게는 늘 열려있어서 사람들이 찾기시작했고 10년동안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일을 한 보람으로 우리 돈으로 50억쯤 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둘째 3점이 획득되면 고를 할것인가? 스톱할것인가? 선택을 해야합니다. 선택은 경제학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선택은 트레이드 오프입니다. 선택은 기회비용을 고려해야합니다. 때문에 기회포착과 선택은 삶과 사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위를 살펴보고 경쟁자의 패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몇 수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고에는 과감한 배짱과 용기도 도전도 필요하지만 심사숙고가 더 중요합니다. 스톱할 수 있는 절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멈추야 할 때 멈추지 못하면 반드시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본성인 욕구를 넘치도록 채우기 보다는 넘치지 않는 술잔인 계영배의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셋째, 돈을 따려는 이기심만 생각하면 고스톱은 도박입니다. 경제학의 대부 아담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이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동력이라고 주장합니다. 경제학에서 이를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의 이기적 행위가 다른 사람에세 유익을 줄 때 경제효과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 불익을 줄 때 불경제효과가 되는 것입니다. 성경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합니다.

이는 네 몸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라는 의미지요. 언젠가 꽃동네의 오웅진신부님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그 역시 명절때에는 형제들과 고스톱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난하게 사는 형제를 위해 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잃어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고른 분배를 하는 것이지요. 경제는 무리한 욕심을 내는 사람들에 의해 룰이 깨진다고 봅니다. 필자도 늘 잃지만 형제들과의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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