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소설가/도서출판 몽트 대표>

신종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가격도 몇 배로 올랐다고 한다. 우리 가족도 아침에 나갈 때면 모두 마스크를 챙겨서 나간다. 미리 준비해 둔 마스크가 한 박스는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세미나나 워크샵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주최 측에서 꼭 마스크를 나눠 준다. 지하철에서는 마스크를 안 하면 오히려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마스크는 질병을 막는데도 필요하지만 겨울철 보온에도 필요하고 나는 화장을 못하고 나갈 때도 유용하게 사용한다.
 그녀는 문 밖에 나오면 어김없이 마스크를 했다. 그녀는 1년 내내 마스크를 하고 다녔다. 여름에도 마스크를 한 모습에 사람들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본인도 힘들었다. 필리핀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얼굴도 모르는 한국의 남성과 결혼 한 그녀는 공장에서 사고로 오른쪽 뺨이 살짝 일그러졌다. 회사에서는 화상치료만 해주고 변변한 보상도 못 받았다. 성형수술을 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마스크로 가리고 다녔다. 흉터를 보이는 게 싫다고 하지만 마스크를 한 모습은 더 눈에 띄었다.
  그녀의 살아남기 방법은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웅크리기였다. 필리핀에 있는 가난한 친정과 무능력한 남편은 그녀가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걸림돌이었다. 그녀가 열등감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이유는 많았다. 그녀에겐 얼굴의 흉터보다 마음의 상처 치료가 필요했다. 자원봉사자로 그녀와 멘토링을 진행했던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녀의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못 알아들으면 또 묻고, 발음을 교정해 가면서 마음을 열어 나갔다. 나는 심리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들어주고 그녀의 상황을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보다 나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치료가 되었나보다.
 그녀와 만나면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해”라고 말한다. 이기적으로 보이더라도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었다. 맛있는 것은 내가 먼저 먹고 좋은 옷은 내가 먼저 사 입어라. 엄마가 예쁘고 당당해야 아이들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학교에서도 자신있게 행동한다. 다문화 여성들의 아이들이 “엄마는 한국말 모르잖아“라고 하는 것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다문화여성이 한국어를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노래를 부르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익혀야 한다. 죄인이 된 것처럼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부모님께, 가족이 아무리 중요해도 내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나와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었다.
 한국어를 좀 못하면 어떼? 얼굴에 흉이 좀 있으면 어떼?
 마스크를 벗고 상처에 약간 짙은 화장을 나서는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예쁘다.
 신종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은 다문화인만 봐도 중국 우한사람이 아닌가하고 지레 피하려고 한다. 다문화인이지만 당당한 한국 사람이고 중국을 다녀온 적도 없는데도 사람들은 기피한다. 모든 질병에는 예방법이 있다. 열등감을 벗어나는 예방법은 자존감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자존감을 키우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해 정성을 기울여야겠다.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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