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인간은 삶의 가치를 고대로부터 추구해왔다. 이를 학문적으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이 역사의 중심에 자리잡을 때 철학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다. 기독교의 전통적인 교리인 원죄설, 유아세례론, 삼위일체론, 천국론 등을 세우고 교회의 위계질서을 옹호한 아우구스니누스는 젊은 시절에 삶의 가치로 여겼던 성적쾌락과 이단이었던 마이교의 몸담았던 죄의식이 그의 신학이론을 정립하는데 무의식적으로 깊이 개입되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란 없고 모든 것이 신의 섭리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13세기에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의 계시와 인간의 이성은 세계를 이해하는 두가지 방식이라고 믿었으며 그의 유명한 신학대전을 통해서 신앙과 이성을 통합하는 사상적 결실을 얻고자 했다. 15세기의 데카르트는 이성 중심의 인간중심주의 철학뿐만아니라 초월적 신성과 세속적 합리주의 사이의 균형적 조화를 모색했던 통합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의 명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다보면 인간도 하나의 진화된 생물에 불과한 것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공포와 두려움에 갇혀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그러나 대구와 경북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고 격리된 사람들과 방역과 치료를 위해 수고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국민은 걱정과 연민을 가지고 있다. 선뜻 기부의 온정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고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전염병이 돌 때 사람들은 관계의 망설임과 도덕적 망설임, 배려의 망설임 등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인다. 이렇게 망설이게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다른 생물들에게 없는 선한 마음(양심)이 우리의 영혼에게 속삭이는 것이다. 키르케고르는 인간정신의 불변하는 요소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확실한 속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며, 더 나아가서 인간의 정체성을 확보해주는 궁극적 존재 목적을 찾는 것도 철학적 사유로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한편, 과학이 창조에 관하여 실증적으로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불변하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니라”의 창세기 첫문장이다. 이것이 모든 것의 결론이다. 여기서부터 인간이란?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의 문제가 출발한다.
  신은 만물을 창조하고 그 이름 짓는 것을 사람에게 위임하셨다. 사람이 부르는 대로 만물의 이름이 주어진다. 인간은 사물에 의미와 가치(이름)를 부여한다. 인간에게만 주어진 유일한 은총이다. 인간의 마음에 따라 사물의 가치는 달라진다. 인간은 역사적인 것, 기념적인 것, 경험적인 것, 특별한 것,선호적인 것에 그 의미에 따라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나는 어느 수녀님이 남해안 바닷가에서 주웠다고 하면서 방글라데시 선교를 가기전에 선물로 준 돌맹이를 보물처럼 가지고 있다. 아내는 늘 이젠 버리라고 하지만 30년이나 된 코트를 여전히 겨울엔 즐겨 입는다. 왜 그럴까? 작은 돌맹이와 코트가 지닌 특별한 의미를 내가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가격을 매긴다. 어쩌면 가격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의 맥락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가격은 비용보다 크다.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용에 따라 비싸다 혹은 싸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므로 가치는 가격에 비해 매우 주관적이다. 사전적 의미로 가치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 행위 등이 사람에게 의미있고 바람직한 것임을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경제학적 의미로 보면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가치창출이다. 마케팅은 이런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의 저자인 알렉산더 오스터왈더와 예스 피그누어는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상상과 혁신, 가능성을 갖게 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을 기준으로 전개한다.
기업이 고객을 위해 창출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적 가치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적 가치 등을 모두 포함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want)과 고객이 기대하는 것(desire)은 두가지이다. 고객이 얻고자 하는 이득(gain)을 얻도록 하는 것과 고객의 아픔(pain)을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것이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아픔을 읽어내어 완화해 주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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