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소설가>

여명이 어스름하게 밝아 올 무렵 아파트 단지 뒤에 있는 항가울산을 오른다. 새들의 지저귐이 요란하다. 쪼쪼쪼, 꾸꾸꾸 신나서 떠든다. 새들은 어디 있다가 나왔을까? 항가울산 아래로 이사한 나는 새벽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깼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는 행운이라니! 게다가 숲에서는 새싹이 돋고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새들도 나무도 사람도 얼마나 기다렸던 봄인가? 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왔다. 그러나 올해 우리의 봄은 봄이 아니다. 코로나 19가 대구, 경북지방에서 심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나에게 대구 다녀오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구에 가지 말라고 한다. 또 단체 대화방에서는 코로나19와 신천지에 관련된 수많은 정보와 조크, 비난하는 영상물이 넘쳐났다. 검증이나 생각 없이 무조건 퍼 나르는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두 컷짜리 만화가 돌아다녔다. 절벽위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소녀의 뒤에서 밀어 주는 소녀가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면 대구라고 한다. 다음 장면은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장면이다. 다음에는 똑같은 장면에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신천지라고 휠체어 소녀가 말한다. 그러면 또 절벽으로 밀어버린다. 이런 만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웃고 손뼉치며 좋아한다. 가슴이 미어졌다. 대구와 신천지만 비난하면 내게는 안 올까?
 대구에는 나의 친척과 스승,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아직 한 명도 역병에 걸린 사람은 없다. 오히려 수도권에 사는 나에게 전화나 문자로 조심하라고 그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걱정말라고 한다. 동창들의 대화방에서는 개인 위생수칙이나 정부에서 주는 마스크를 받았다는 소식, 마스크가 필요한 친구에게 몇 장 나눠 주겠다는 훈훈한 소식이 올라온다. 참으로 고맙고 반가워서 자주 들여다본다.
 안산에 있는 한국여성소비자모임 회장은 회원 중에 대구에 친정이나 시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회원의 가족에게 직접 마스크를 보내주었다. 금보다 귀하다는 마스크를 받은 친척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할 것이다.

따뜻한 기운이 세상을 감싸는 봄이다. 봄기운이 역병에 걸린 사람이나 대구, 경북에 사는 사람 모두에게 비춰지기를.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