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얼마 전 시부모님은 결혼 60주년을 맞았다. 우리는 가족여행을 가서 리마인드 웨딩도 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분은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는데 60년 동안 함께 근무한 셈이다. 하루 세끼 식사를 같이하고 농사일도 같이하면서 4남매를 키우고 출가시키셨다. 지금은 두 분이 텃밭을 가꾸고 나란히 외출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신다.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두 분의 금슬 좋고 다복함을 칭찬하고 부러워하신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보면 남녀의 사고방식은 금성과 화성의 거리만큼이나 다르다고 한다.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결혼인데, 60년이나 유지한 것은 기적이다. 결혼의 성공적인 요인은 어머니의 노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지어서 아버님께 드리고, 힘든 농사일은 같이하고, 집안일은 또 어머니 혼자서 하시는 희생이 없었다면 가정이 원만히 유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어머니의 희생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무조건 어머니 편을 든다. 우리집안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의 어머니들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희생을 강요받거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따르면서 따르게 한다는 격언처럼 어머니는 언제나 아버님의 의견을 따랐다. 아버님의 대화는 늘 일방적이고 다변이지만 끝까지 들어주신다. 그리고 나중에 어머니의 의견을 제시하여 따르게 하셨다. 지혜롭고 현명하신 분이다.
 화성인이라고 비유되는 남자들도 가장이라는 무게와 남자라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능력과 효율, 업적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기 능력을 입증해 보이거나 힘과 기술을 신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목적을 이루는 능력을 통해 그들은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그래서 가정에서 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불합리와 모순이 가정을 이끌고 지키기 위한 변명으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여성들도 남자에 비해 덜 노력하거나 수동적이지 않다. 남자들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반기를 들고 참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참을 줄 모른다고 비판한다. 무조건 참는 시대는 지났다. 이혼율에 급급하지도 않고, 나만의 희생도 원하지 않는다. 남성 혹은 여성 어느 한쪽만 무조건 참는 시대는 지났다. 남녀가 함께 살고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게 결혼이라면 소통하고 함께 목표 설정을 하고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이다.
 우리 남편도 기분이 언짢을 때 무엇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지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하지 않는다. 혼자서 그 문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물론 해결책을 찾아 자신의 동굴 밖으로 나온다.
  며칠 전 치룬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가들이 토론하는 것을 보니 그들도 쌍방대화를 모르는 진정한 일방통행의 토론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대화는 나 혼자만의 주장을 내세우는 웅변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지적하기 전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대화. 이론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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