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봄바람이 차가운 날, 대부도에 일이 있어 갔다. 코로나 19 여파로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으나 의외로 차도 막히고 활력도 넘쳐 보이는 바다풍경이었다. 약속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우리는 들판에서 쑥을 캤다. 봄나들이 치고는 괜찮은 편이었다. 같이 간 친구는 생전 처음 쑥을 캔다고 하고, 우리남편과 친구남편도 쑥캐기에 동참 시켰다. 나도 오랜만에 쑥떡 만들 생각에 부풀었다. 쑥떡 싫어하는 사람 있냐는 말에 힘입어 다음날 떡을 만들어 그 친구에게 보냈다. 정말로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해서 간단한 솜씨가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시어머니는 갈 때마다 떡을 손수 만들어 주셨다. 밤에 찹쌀을 물에 불렸다가 아침에 쪄서 절구에 찧어 콩가루를 묻히면 노란 인절미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도 어머니 옆에서 절구질을 거들기도 하고 떡에 콩고물을 묻히면서 재미있어 하고 맛있게 먹었다. 시골에서 돌아 올 때면 어머니는 찹쌀을 넣어 주면서 애들 빵 사 먹이지 말고 믹서기에 갈아서 떡이나 해 먹이라고 당부하셨다. 그렇게 봉지마다 담아온 콩이나 호박, 팥은 우리 집 귀퉁이에서 굴러다니다가 다음 시골에 가기 며칠 전부터 걱정거리였다. '못된 것' 사먹고 애써 농사지은 것 썩혀서 버렸다고 혼이 날게 뻔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썩은 것을 마음대로 버리지도 못하고 소나 닭 모이로 주기 위해 도로 가져다 드려야 하는 고역은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떡 만들기가 처음에는 떡인지 죽인지 구분도 안가고 실패만 거듭하면서 다음에는 절대로 안 만든다고 다짐도 했다. 어머니께 전화를 수도 없이하면서 모양이 갖춰지고 30년이 지나면서 가르쳐주신 어머니보다 며느리가 더 잘 만든다. 지난 주에는 어머니 병문안 가면서 화전을 만들어 갔더니 예쁘고 맛있다며 떡집을 해도 잘되겠다며 칭찬을 해 주셨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에 만족하지 돈을 받고 파는 일에는 아직 생각이 없다.
  아이들 생일이나 부모님 생신이 되면 항상 내가 떡케잌을 만들어서 생일상을 차린다. 그 외 무지개떡이나 구절떡을 해서 담아내면 떡도 빵 못지않게 예쁜 차림새다. 나는 백설기 위에다 딸기와 키위, 잼 등을 모양내어 올려서 케이크를 만드는데, 어머니는 호박고지, 밤, 대추, 은행을 넣고 둥근 솥에다 쪄서 그대로 큰 접시에 올려놓으면 맛있는 호박케잌이 된다. 무지개떡은 멥쌀가루로 찌면 된다. 떡 찌는 시루도 따로 장만하지 않고 집에서 사용하는 솥에다 찐다.
  떡 외에 도토리묵, 호박죽, 팥죽, 식혜, 수정과도 만들어 보면 어렵지 않다. 맛있고 안전하며 모양도 예쁜 음식을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먹일 수 있는데, 떡을 만들어서 먹는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이다.
 세계화 시대에 분명 집에서 떡을 만들기보다는 사 먹는 것이 합리적이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신토불이의 정신은 변할 수 없고 더 이상 다른 가치와 더불어 혼용될 수가 없다. 오히려 무공해 수제음식이 더 비싸고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가장 훌륭한 유산인 떡 만드는 법을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꼭 전수해줘야지. 사서 먹는 것이 아니라 정성으로 만들어 먹는 소중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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