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안산제일복지재단 수석이사>

길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다. 로마제국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집트에서 앗수르나 바벨론으로 이어졌던 왕의 도는 지중해 연안을 정복했던 제국의 역사이다. 중국의 실크로드는 그대로 동서양의 문화와 경제적 교류를 가능하게 했다. 실크로드에 200년이나 앞선 중국과 네팔, 티베트, 인도를 잇은 차마고도는 해발 4천미터를 넘는 험준한 길로 차와 말이외에도 소금, 약재, 곡식등의 물품은 물론 이민족의 문화와 종교, 지식을 교류하였다. 중국의 수양제에 의해 건설된 수로는 국가를 통치하는데 동맥과같은 역할을 했다.

길은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속도로와 철도, 항로 혹은 수로를 통하여 도시와 도시가 국가와 국가로 연결되었다. 길은 혈관과 같아서 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는 역동적인 삶이 없다. 세계최초의 고속도로인 1923년 이탈리아의 아우토스트라다(autostrada)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표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아우토반(Aotobahn)은 나치의 경제 및 군사적 목적을 위해 1933년에 착공되어 1938년 총연장 3,860키로미터를 완성하였다. 2차세계대전을 참전한 미국의 아우젠아워 대통령은 독일의 아우토반을 보고난 뒤에 미국의 48개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박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독일 대통령과 아우토반을 달리던 차안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하던 국민들을 만난 후 가슴아파하던 우리대통령에게 한국도 잘 살 수 있다고 위로하면서 경제를 위해서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도로는 물류와 사람의 이동뿐만 아니라 의존성의 법칙에 따라 관련된 산업들 곧 자동차, 철강업, 원유운송을 위한 선박, 원유처리를 위한 정유시설, 건설산업을 촉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제철,자동차. 조선, 정유, 건설 등에 있어서 세계적 기술과 명성을 얻게 된것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의 꿈을 갖고 경제와 문화적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을 쥐겠다는 야망도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도로와 철도를 잇는데 이미 합의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완성된다면 중국과 도로와 철도를 이용해서 자원을 교류할 수 있게 되고 철도로 유럽의 스페인까지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동해안을 지나는 철도는 러시와와 연결되고 모스크바까지 대륙간 철도 여행뿐 아니라 물류이동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더글러스 세실 노스는 서양의 근대 경제사를 살펴본 결과 한 나라의 경제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도변화에는 의존성의 법칙 현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제도변화에 대한 경로 의존 개념을 창안했다. 국가나 민족에 이르는 경제 제도의 발전과 산업구조, 작게는 개인의 소비전략에 이르기까지 의존성의 법칙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의 모든 선택은 결국 미래의 선택을 결정짓게 된다.
  우리 안산시는 근래에 이르러서 교통의 중심도시로 바뀌고 있다. 사통팔달의 고속도로와 4개의 전철과 고속철도가 곧 개통된다. 도시로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길이라고 하면 나무랄 것이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길목만으로는 도시는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교통이 좋아지는 것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방심하면 편리해진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서울에서의 소비생활을 촉진할 수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서울못지 않은 소비문화와 감각을 소화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오히려 외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도시전략이 필요하다.
   고려때의 안산은 삼국시대에 이어 중국으로 가는 뱃길의 출발지였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의 중심지로 당나라 화폐가 유통되는 부촌이었고 이미 그 때부터 중국인들이 머물렀다. 조선시대에는 화성행궁의 서쪽 관문으로 정조임금이 서울과 안산을 잇는 새로운 길을 어가 길을 통해 노정을 살폈다고 한다. 그때에 못지 않게 오늘의 안산은 산업단지의 배후도시로 생산과 국제교류와 더불어 대부도와 시화호의 천혜적인 자원과 다문화 교류의 중심에 서 있다. 한편, 전국 최고의 녹지와 문화적 유산들을 갖고 있다. 화려하고 풍요했던 안산의 명성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 안산에 주어진 자원들을 도시를 관통하는 길과 연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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