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BC490?~421?)는 플라톤(Platon, BC428?~347)과의 대화편 데아이테토스(Theaitetos)에서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주장하면서 개개인의 견해가 모두 ‘참’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했다. 프라타고라스는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견해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주의의 오류가 있다. 즉 우리가 프라타고라스의 견해가 옳지 않다고 주장해도 우리의 주장이 옳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도덕이나 관습 등의 문화상대주의는 타문화에 대해서 그 사회의 역사적, 자연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때로는 타문화를 더 우월한 것으로 여기거나 미개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차별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가장 심한 것이 식문화라고 볼 수 있다. 얼마전 미국의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서울에서 개 도살 금지공개 서한을 발표한 동물해방물결이란 단체에 보낸 메시지에서 ‘그동안 많은 것들이 진보하고 진화하고 변화해 왔는데 이제 한국이 개고기 거래를 끝내고 한걸음 더 나아갈 때’라고 했다. 마치 아직도 한국을 미개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언찮다. 고양이를 먹고 거위 간을 최고의 요리로 먹는 프랑스,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국가들도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용납하는 것은 상대주의의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다양한 민의를 수렴해서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고 참여하도록 설명하고 설득하여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협력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효율성보다는 자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가장 효율적인 제도는 제왕이나 전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나 북한은 개인의 권리보다는 국가나 사회공동체가 우선이다. 모택동의 전기를 읽어보면 그는 진시황제와 측천무후를 가장 존경했다.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서 3천만명 정도 죽는 것은 아무일도 아니라고 했다. 어쩌면 1966년부터 10년에 걸친 문화대혁명은 현대판 갱유분서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각 개인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지 권리를 보장 받을 때 가능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전염의 위험성이 높은 교회의 대면 예배와 소그룹모임에 대한 행정금지명령이 시행중이다. 사실상 교회들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형교회인 그레이스 커뮤니티 처치의 존 맥아더 목사는 그동안 실시해오던 온라인 예배를 취소하고 대면 집회를 선언했다. 주정부가 예배금지 행정명령을 하자 이를 거절한것이다. 가이사의 명령을 지키는 것보다 헌법이 보장한 예배의 자유가 더 우선이라는 것이다. 주정부와의 법정다툼이 진행되었지만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행정명령이 국민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가치를 우선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상대주의 관점에서 미국도 옳고 우리 정부도 옳다. 그러나 여기에 오류가 있다. 개인의 존엄성은 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보장될 때 지켜진다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한국에 왔을 때 그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피할 수 없는 도로에서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 주행하는 도로에는 네 사람이 서있고 차 오른쪽 길가에는 한사람이 서있다. 네 사람을 치게하는 것과 네 사람을 구하고 한사람을 치게하는 것 어느 것이 정의인가? 의견이 분분했다. 소수를 희생해서 다수를 구하는 것이 정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 잘못도 없이 희생을 당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억울함이 정의인가? 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집행에 앞서 충분한 고심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의사들의 파업문제도 거슬러 올라가면 왜 코로나19로 인해 방역과 치료가 가장 우선인 시기에 이런 논의가 필요했느냐라고 하는 것이다.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축적한 데이터와 사례를 갖고 충분하게 논의를 거쳤으면 의료진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문제를 이런 상황에서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해를 받는다. 민주주의는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아니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교류를 통해 힘을 모으고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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