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서울시가 강화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기간인 일주일을 ‘천만시민 멈춤주간’으로 운영한다고 선언했다. 외출과 만남을 자제하고 외부활동을 멈추어 주기를 호소했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우주선 안에서는 우주선 밖의 속도 보다 7만배나 빠르기 때문에 시간의 길이가 제로인 점의 상태 곧 정지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빛의 속도인 1초에 30만km를 날아갈 수 있는 우주선을 타고 1년을 보내고 지구에 도착하면 지구의 시간은 7만년이 지난 후라는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멈춤의 공간에서 튀어나왔을 때 전혀 낯선 세상를 만나 당황할지도 모른다. 현대를 사는 모든 인류는 아마도 처음으로 겪는 위기일 수 있다. 구약성서 전도서에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아라(전7:14)’라고 했다. 공자는 그쳐야 할때는 바로 멈추고 시작해야 할때는 바로 행하라는 ‘간지야 시지즉지 시행즉행(艮止也 時止則止 時行則行)’라고 했다, 재앙을 피하기 위한 멈춤은 불가피하다. 며칠전 감사직을 맡고 있는 학교의 이사회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섰다. 팔곡동 사거리에서 적색신호에 정차를 하고 있었을 때 오른 쪽 차선으로 다가온 옆차에서 창문을 열고 무엇인가 물어보려고 했다.

창문을 열었더니 내차의 뒷바퀴가 펑크가 난 것 같다고 알려준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기전에 신호가 바뀌어 그는 가버리고 좌회전을 하여 골목에 차를 주차하고 확인해보니 완전 주저 앉았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달리다가 펑크가 났다면 분명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다행이 멈춤 신호와 친절한 이웃으로 인해 위험을 방지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멈춤 신호에 걸려있다. 며칠간 집에 갇혀지내다 ‘아니지 지금 멈춤의 시간이야 말로 바쁘다고 핑계대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재를 정리하고 책을 읽기로 했다. 책을 쓰기 위해 정리할 수 없었던 강의 자료들을 모으고 손을 보기 시작했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멈춤의 시간은 평온해 보이지만 엄청난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아내가 허리통증이 심하더니 대상포진이란다.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약화시켜서 발생되는 것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았지만 항바이러스 약먹고 쉬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단다. 소상공인들의 사정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하루가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멈춤은 새로운 시작이다. 멈춤은 비워진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기회다. 멈춤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통찰의 시간이다. 이런 영혼없는 철학이 그들에게 어떤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겠는가?
  지난 8월30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대학의 베커프리드만 경제연구소 연구에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휴업, 이동제한 같은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을 실행했을 때 미국내의 경제적 편익이 9,650조원이라는 발표를 했다. 국민 한명의 통계적생명가치(Value of Statistical Life)를 평균 1150만달러로 평가하고 사회적거리두기로 살릴 수 있는 기대인원 176만명을 적용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월드오미터(Worldometers)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9/13일 현재 총인구 331,393,984명중 91,703,503명(27.67%)를 검사하여 확진자 6,676,601명(7.28%) 중 사망자는 198,128명으로 총인구 100만명당 598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총인구 51,278,178명중 2,143,270명(4.18%)을 검사하여 22,176(1.034%)명의 확진자 중 사망자는 358명으로 총인구 100만명당 7명으로 미국에 비해 확진률과 사망률은 현저하게 낮다.

미국의 사례를 사망자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의 한사람의 통계적 생명가치 18억3천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편익은 2.5조이다. 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19년 총GDP 1조6,300억달러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을 –2%로 가정했을 때 39조에 이른다.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한 손실이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명가치를 화폐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는 멈춤을 통해 엄청난 댓가를 치루고 있다.

멈춤을 선택한 기회비용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전쟁을 치루면서 내분에 쌓이면 둘다 망한다. 어려울 때 일수록 모든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포용과 용서와 겸손, 솔선의 서번트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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