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사람들은 게임을 즐긴다. 게임에서 속임수를 쓰면 비겁하고 악하다고 하지만 전쟁에서 속임수는 전략이다. 게임은 심리전이다. 고수들의 게임에서 섣부른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상대의 심리를 읽어 내고 걸려들 덫을 놓을 뿐이다. 기원전 12~13세기 무렵 그리스는 트로이와 전쟁에서 고전을 겪고 있었다. 계략을 짜낸 끝에 목마 속에 군인들을 숨겨 성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승리하게 된다. 트로이의 목마는 속임수의 승리였다. 중국의 고대병법에도 36계 비본병법이 있다. 6번째 계책이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속임수다. 동문에서는 함성을 지르고 서문을 공격하는 전략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도 있다.‘양의 머리를 매달아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속임수다. 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 영공은 궁중의 여인들에게 남장을 시켜놓고 보는 취미가 있었다. 백성들이 이를 따라 남장이 성행하자 영공은 궁밖의 남장 여인들을 처벌하는 금령을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영공이 재상이었던 인영에게 그 까닭을 묻자 “전하께서 궁중의 여인들에게는 남장을 허용하면서 궁밖의 여인들에게 금령을 내린 것은 밖에는 양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궁중 여인들의 남장을 금하십시오”영공은 이를 받아들여 궁중 여인들의 남장을 금지했다. 이후로 제나라에서 여인의 남장이 사라졌다고 한다.
  지인인 고시영목사님은 저서“인간, 그 100개의 가면”에서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은 선을 행하는 신적요소와 악을 행하는 악마적 요소도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가면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춤을 추는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 존재라고 했다. 사람은 자기도 자신을 잘 모른다. 1886년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인간의 선과 악의 내면적 모순 즉, 겉으로는 체면을 차리면서 속으로는 욕망으로 가득찼던 당시의 사회적 위선을 보여준다. 주인공 지킬박사는 사람들에게 존경맏고 명망있는 의사였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빚는 선과 악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그는 이 둘을 확실하게 분리하고 고립시킬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데 매달린다. 결국 약물을 만드는데 성공하고 자신이 마신다. 악한 본성이 나타났을 때의 자신을 에드워드 하이드라고 부른다. 갑자기 모습을 감춘 그가 걱정되어 절친이었던 변호사 어터슨이 찾아가지만 만나지 않는다. 어느날 마을에는 하이드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불안을 느낀다. 어느날 마을에서 존경받던 댄버스 커루경이 하이드에 의해 살해된다. 현장 목격자의  증언이 있었지만 지킬박사는 하이드를 옹호한다. 지킬박사의 하인으로부터 그의 이상한 행동을 듣게 된 어터슨은 지킬박사의 집을 급습했다. 하이드가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하이드로 변한 지킬박사가 자살한 것이다.      
   속임수로 돈을 벌고 권력을 누리고, 명예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병든 세계가 될 수 있다. 속임수란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꾀어서 거짓된 말이나 행동을 진실이라고 알게 하는 행위이다. 즉,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 하는 행위이다. 며칠전 집에서 전화를 받았다. 분명히 외국에서 온 전화인데 우체국이라고 했다. 부재 중이라 우편물이 배송이 안되어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로 찾으러 갈까요? 했더니 전화 끊고 기다리면 담당자가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바로 전화가 왔다. 외국에서 온 전화였다. 경찰청이란다. 보이스 피싱이었다. 어설픈 속임수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속임수에 넘어간다. 어제와 오늘 두 건의 재판이 있었다. 의정부지법 형사 13부는 19년간 인터넷으로 정보 이용료, 도박, 허위 주식거래 사이트를 불법으로 운영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편취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한편, 제주지법 형사 2부는 베트남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고수익을 미끼로 가짜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투자금을 가로챈 사람들에게 각각 징역12년과 10년이 선고했다. 속임수는 순간적으로 쾌락을 줄 수 있지만 결국 불행을 만든다. 로마의 신 야누스(Janus)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인간은 모두가 야누스다. 선과 악, 거룩과 속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이다. 한 얼굴은 웃고 다른 얼굴은 울고 있다”고 했다. 선택에 달려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주셨다. 루소는 “욕망은 우리를 자꾸자꾸 끌고 간다. 우리의 불행은 거기에 있다”고 고백했다.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욕망의 끝은 결국 불행을 만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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