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서우법무법인 대표변호사>

법률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 내용으로 물론 각 당사자의 실체적 권리관계가 최종적인 분수령이 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인데 간과되는 쟁점이 있다. 바로 해당 분쟁에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다. 당사자 특정이 잘못 되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 하였던 비용과 시간은 그 내용을 따져 보기도 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송에서 당사자 지정이 잘못 되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를 바로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를 수정할 수는 없고 해당 소송은 취하나 패소하고 새로운 소송을 제기 해야 한다. 소송비용 문제도 있지만 소멸시효나 기타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쟁에 있어 종종 문제 되고 있어 이에 대해 소개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대표성을 가지고 공동의 사업 및 복지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있어 민사적 권리관계 특히 소유권은 개별 입주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각 호실별로 독립된 소유권이 존재하므로 법률분쟁의 당사자도 원칙적으로 전유부분의 소유자 각자인 것이다. 다만 편의상 공동의 사업에 있어 법률행위 당사자로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표권을 주어 업무진행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개별 호실의 소유자가 분쟁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예를들어, 신규 아파트의 경우 입주후에 발생하는 건물의 하자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는 시공사에 대해 하자보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때는 아파트 전체의 공동의 사업에 있어 대표권이 있기 때문에 하자보수 및 이를 소구(소송으로 청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하자보수가 아니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또는 하자보수가 아닌 금전으로 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하자로 인한 손해의 주체는 전유부분의 소유자이다. 손해의 내용도 다르며 범위도 다르다. 이는 전유부분 소유자에게 직접 귀속되며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러한 개별 호실의 손해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다.
실무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하자갈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면서 원고를 입주자대표회의로 지정해 소장을 작성하는 경우이다. 여기에 소송대리인으로 변호사 이름까지 기재해서 말이다(기초 소양이 부족한 변호사다). 이는 명백히 당사자지정을 잘못한 것이며 이유 불문 원고 패소가 될 수밖에 없다. 손해배상은 개별 소유권자가 자신의 손해를 시공사에게 별도로 청구 해야 한다. 이를 당사자도 아닌 입주자대표회의가 청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
지방에 있는 약 3,000세대 아파트에서 이런 형태의 소송이 제기되어 피고(시공사)측 대리를 한 적이 있다. 시공사는 하자 없이 잘 진행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하자와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왔다. 나는 그 자료를 거들떠보지 않고 돌려보낸 후 답변서에는 한 줄만 썼다. 당사자 지정이 잘못 되었다고. 결국 상대방은 소송을 취하하였다. 3,000세대로부터 일일이 별도로 위임장(인감증명서 첨부)을 받아서 억지로 보완을 시도해 보려고 하다가 포기한 것이다. 소를 취하하더라도 소송비용의 상당부분(약 50%)은 배상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 및 소멸시효(하자보수는 하자의 종류에 따라 1~3년으로 짧다. 헛된 소송을 하느라 이 시간을 허비 하였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의 법률위험에 스스로 뛰어든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것이, 각 통신사는 영업목적상 아파트의 일정 공간(지하 또는 옥상)에 중계기를 설치하는데 이러한 중계기 설치 공간에 대해서는 민사상 임대계약이 되므로 통신사가 아파트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이다(물론 통신사와 개별 계약이 우선하므로 아파트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 만약 이러한 임대료에 관한 처리기준에 규약 등 입주민들의 사전합의가 없다면 해당 임대료는 각 세대가 전유부분 면적에 비례해 받아야 하는 권리에 속한다. 오래된 아파트는 통신사가 무단 또는 묵인하에 중계기를 설치한 경우들이 있는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이 변경되면서 이를 찾아 지난 임대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하기도 한다. 이때 실수하는 것이 원고 당사자를 입주자대표회의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 소송 역시 패소를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임대료를 청구하는 기간에 아파트 입주민들이 소송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많은 소송에 있어 당사자 지정이 잘못 되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분쟁 자체의 내용을 살피기 전에 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누구인지 먼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 요건으로 분쟁에서 지는 경우 그 여파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문의 307-2191>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