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한 시대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유하며 지향하는 지적, 정치적, 사회적 흐름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을 시대정신(時代精神)이라고 한다. 이 말은 처음 사용한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이면서 목사였던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1744~1803)이다. 헤르더는 민족의 언어 또는 시 등의 정신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류사란 인간정신의 완성을 향하는 보편적 역사라는 인식을 갖고 시대의 정신을 민족의 정신으로 표현했다. 오늘 날 즐겨쓰고 있는 패러다임(paradigm)과 거의 유사성을 갖는다.

패러다임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범주로서의 인식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는 미국의 과학사 학자이면서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Samuel Kuhn, 1922~1996)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 제안하였다. 패러다임은 패턴, 예시, 표본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παράδειγμα파라데이그마)를 어원으로 하는 신조어로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이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서 “시대정신과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옛날에 시대정신은 개인적인 통찰력을 통해서 시대정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보다 공감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국민 집단지성이 시대정신이라 할 만큼 국민과 잘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시대정신을 찾아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의 정신적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일제 강점기에는 당연히 자유와 독립이 시대정신이었다. 해방이후 전쟁을 겪은 후 반공, 빈곤탈출, 산업보국, 민주화, 인권, 환경 등의 시대정신이 있었다. 당 시대의 요구에 따라 시대정신이 진보한다. 매슬로우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단계가 있다.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이며, 생리적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단계적으로 채우려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평균적 욕구수준은 어느 단계일까? 삶의 질에서 수준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을 알면 시대정신을 찾을 수 있다. 글로벌통계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2021년도 한국의 삶의 질 지표는 130.02로 평가대상국 83개국중에서 42위로 중위권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2017년도만 하더라도 한국은 162.49로 67개국중 22위, 상위 30%수준이었다고 한다. 불과 4년만에 30포인트 하락하고 순위는 상위에서 중위권으로 강등되었다. 추락한 이유는 부동산 가격폭등과 생활비 부담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한국의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23.63으로 1년치 연봉을 한푼도 안쓰고 집을 사는데 24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주거 불안정성은 109개국중 12위로 상위10%수준이다. 2017년에는 이 지수가 12.38로 세계 42위수준이었다. 한마디로 4년만에 12년 연봉을 모으면 내집마련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24년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40년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대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어쩌면 전국민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낸 시대정신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의 이면에는 경제적 소득의 불평등과 양극화, 세대간, 지역간 이념갈등이 심화되었다. 디지탈 사회로의 급변은 기존의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현실은 열심히 일하고 발버둥쳐도 소득을 올릴 수 없다. 미꾸라지가 용이 되는 세상은 꿈에서나 가능하다. 젊은 이들이 비트코인과 영끌에 매몰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인공지능과 산업의 융합은 수많은 일자리를 로봇에게 넘겨주었다. 스타트 업을 하기도 쉽지를 않다. 불확실한 미래는 출생 인구감소가 현실화되고 노령사회로의 진입은 또다른 사회불안이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 무엇일까? 좌우의 정치적 대립은 점점 첨예화되고 있다. 정쟁만 있고 정치가 없다. 사회적 통합이 가장 우선이다. 하나가 되어야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실현이다. 자율적인 통제가 포함된다. 그 다음은 공정성이다. 모든 국민이 공정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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