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월리엄 포크너와 함께 1차세계대전(1914~1918)이 끝난 후 절망과 허무감을 문학에 반영한 젊은 세대, 인생의 의미나 목표를 잃고 방황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길 잃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프렌시스코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 1896~1940)는 그의 엣세이 ‘무너져 내리다(The Crack-Up)’에서‘최고수준의 지성은 두 개의 상반된 아이디어를 동시에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능력이다’라고 했다.
패러독스는 직관과 상반된 논리로서 서로 다른 두가지 주장을 하나에 담고 있는 진술을 의미한다. 패러독스는 루빈의 꽃병 또는 루빈의 얼굴처럼 꽃병이 보이면 얼굴이 드러나지 않고 얼굴을 인식하게 되면 꽃병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시각에 따라 하나의 사실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상대적인 요소들이 있다.
빛과 어두움, 선과 악, 무거움과 가벼움, 따뜻함과 차가움, 음과 양, 남성과 여성, 지속과 변화, 자율과 통제, 단기적과 장기적, 안정과 혁신, 개인과 집단, 글로벌과 로컬 등 이는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이다. 철학적 의미에서 일원론적인 존재인 것이다. 정리하면 무엇이나 하나의 진실에 두가지 사실, 두 가지 주장, 두 가지 대립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경험이 주는 조건적으로 주어지는 제약된 인식에 만족하려 하지 않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소급하여 무제한적인 것을 상정하기 원하는 이성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성이 경험을 초월한 세계의 존재에 대해 설명 하려면 그것은 인식의 유효범위를 훨씬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순에 빠지고 만다.
독일 철학자 칸트(Kant, Immanuel, 1724~1804)는 이를 순수이성의 이율배반이라고 하였다. 사전적 의미에서 이율배반은 서로 모순되는 두 명제가 동등한 타당성을 가지고 주장되는 일이라고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 즉 시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패러독스나 이율배반은 다르지 않다. 어떤 의사결정이나 정책을 수립할 때에 사용해야할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고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실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율배반적 사실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제로 의사결정을 하면 탁상공론이나 정치적 술수라는 오해를 벗어날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서로 관련이 있는 대상, 상황, 환경에서 한 쪽에 대한 과도한 집중과 편향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립과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 사회는 네트워크 사회이며 시스템이다. 모든 대상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들을 함께 고려할 때 풀어갈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이제 10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 정부는 국민의 절대적인 기대 속에 출범했다, 때문에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이라는 과제에 거의 많은 시간들을 소모했다. 저녁있는 삶을 위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을 기조로 최저임금인상, 근무시간단축, 시간제 근로자의 정규화에 집중했다.
저탄소와 친환경정책은 탈원전의 일환으로 핵발전소 건설을 중지하고, 태양광발전소에 올인했다. 복지와 인권을 위한 수 많은 법들이 제정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지원과 대화에 집중했다. 지난 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K-방역에 온 힘을 쏟았다. 국정평가는 아직 이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경제부총리, 검찰개혁과 사회정의를 위해 기용했던 검찰총장, 공직자의 청렴성을 지키고 공정한 국정운영을 위해 감사를 맡겼던 감사원장이 야당의 차기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그들의 권력욕이 빚은 배신일까? 아니면 이율배반적인 국정운영을 바로잡기 위한 헌신일까? 그것들은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이다. 다만 내년 대선에서는 패러다임 사고를 갖고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의 지성을 가진 지혜로운 리더가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
민심은 단순하다. 옳고 그른 문제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다. 자유로운 삶과 넉넉하고 꾸이지 않는 삶에 그저 만족한다. 저녁에 가족들이 오순도순 밥먹고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학교를 졸업하면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나라를 아이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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