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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후패(先王後覇)
  • 안산신문
  • 승인 2021.09.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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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MIT대학의 교수를 거쳐 안티오크대학의 총장을 역임한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X이론적 관점과 Y이론적 관점을 제시했다. 관점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X이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본래부터 게으르고 타율적이며 선천적으로 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사람을 다룰 때에는 통제하고 감시하며 처벌하는 관리방식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Y이론 관점에서 인간은 일하는 것을 즐기고 자율적이며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적극적이기에 통제와 위협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통해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방식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가다듬고 체계화 시켰던 중국 조나라의 순자(BC300~230)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성악설을 주장 했다. 선한 것은 수양에 의한 것일뿐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맹자(BC371~289)는 성선설을 주장했는데 중용에서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를 말했다. 성(性)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으로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추는 것으로 규정했는데 이를 선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사람은 누구나 남의 불행을 차마내버려 두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어진 마음(仁)의 시작이고, 수오지심(羞惡之心)은 부끄럽고 수치스럼게 여기는 마음으로 의(義)의 시작이며,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禮)의 시작이라고 했다.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고 밝히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은 곧 지(智)의 시작이다. 인간은 모두 선한 본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모두 선하지 않는 것은 선의 실마리를 배양하고 확충하지 않은 결과라고 하였다.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치도 달라진다. 정치 형태는 왕도정치와 패도정치로 구분된다. 왕도정치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선하게 보는 Y이론적 관점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왕도정치는 덕망있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어두운 사람을 다스리는 덕치정치이다. 왕도정치는 맹자의 인의를 기반으로 한다. 맹자는 어진정치를 하면 그나라가 번영하고 어진 정치를 하지 않으면 그나라가 쇠퇴하여 치욕을 당한다고 했다. 인정을 베풀게 되면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이 백성들도 감복하게 된더.

무력만을 앞세우면 당장은 굴복하는 것 같지만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는다. 마음으로 복종해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손바닥을 뒤집듯 쉬운일이라고 했다. 리더십이론에서 폭포효과(Cascading Effect)와 맥락이 같다. 리더의 선한 영향력이 물이 떨어져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반면에 패도정치는 권세와 무력으로 다스리는 정치를 의미한다.

패도정치는 백성을 법과 무력으로 통제하고 징벌해서 복종하도록 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앞을 내다볼 줄 모르는 무지한 존재이기에 강력한 통제와 권위에 대한 절대 복종을 통해서 사회적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본 한비자의 법가사상, 노자의 성악설, X이론적 관점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정치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치리더십도 달라진다. 성경에 이스라엘의 조상이었던 아브라함은 그의 아버지를 따라 갈대아 우르를 하란에 머물렀다가 야웨의 부름을 받고 가나안으로 이주하게 된다. 전혀 낯선 곳에 정착하기 위해 토착민들과의 전쟁이 일상이었다. 유목민이었기에 머물렀던 곳에 우물을 파고 자기 영역을 넓혀가야 했다.

무력은 삶을 지탱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절대적인 신앙과 강한 무력만이 가족의 안녕을 지켜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이삭은 전혀 달랐다. 그는 철저하게 가정적인 사람이었고 평화주의자였다. 가능하면 싸움을 피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갔다. 우리는 지나온 역사를 평가하려고 할 때 조심해야 한다. 시대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리더십은 달랐다. 전쟁으로 피폐되고 가난한 삶을 이겨내기 위해서 절대적인 리더십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오늘 우리 나라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왕도일까? 패도일까? 단순하게 단정지어서 말할 것이 못된다.

어쩌면 왕도는 이상적인 비전일 수 있다. 패도는 외부적으로 강대국의 틈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하드웨어일 수 있다. 한나라 유방이 왕도정치를 지향했지만 때로는 무력과 징벌로서 다스리기도 했다. 항우는 패도정치에 연연했기에 결국 유방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에게 절대적인 존경을 받으면서 변혁을 주도할 수 있는 선왕후패의 정치리더가 나타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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