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헝거리의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소설이 있다. 이 작품은 비밀의 노트(1986), 타인의 증거(1988), 50년간의 고독(1991)의 3부로 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과 마르크스주의 혁명과 반대운동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괴되어야 했던 연약한 개인의 삶과 생존, 죽음을 은유하는 소설이다. 카오스의 시기에 생존을 위해 인간으로서 비도덕적 행위를 양심에 거침없이 사는 것이 옳은 것처럼 진심을 다한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해 참담함을 끌어안고 산고 살거나 죽는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Being)한다’고 했다. 인간 개인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뿐아니라 행동하고 느끼고 살아가는 주체자(master)이다. 프랑스의 작가 밀란 쿤테라가 1988년에 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자유화운동인 프라하의 봄과 이 운동을 막기 위한 소련군의 군사개입사건인 체코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무거운 역사적 상처와 개인적 트라우마를 품은 채 주인공들은 인생, 사랑, 역사를 대하는 가치관에 따라 가벼움과 무거움의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이 역시 혼란(카오스)가운데 벌어지는 인간 존재의 갈등과 행위, 삶과 죽음을 해석하고 있다.
  21세기 문명세계에도 여전히 인간의 삶은 암담하다. 오늘 이 시간에도 세계인구 78억9천4백만명 중에 8억5천5백만명이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매일 2만명이상이 굶어 죽는다. 에이즈환자는 4천만명이 넘고 한 해동안 낙태건수는 3천만 건이나 된다. 올해에도 전염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9백2십만명에 이른다. 엠네스티가 밝힌 폭력과 박해로 떠난 난민은 2천5백9십만명이라고 하지만 유엔난민기구가 발표한 전쟁이나 테러, 빈곤, 자연재해 등을 이유로 발생한 난민이 8천240만명으로 나타났다. 존재의 의미와 이유가 그들에게는 사치일지 모른다. 한 컵의 물. 한 덩어리의 빵, 한 조각의 가림막이 생존의 전부일 수도 있다. 1인당 소득이 3만불이 넘은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통계청에서 매년 조사하는 삶의 질 만족도에서 5.9로 OECD 36개국 평균 6.7에도 못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자살의 동기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리투아니아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될수록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아들에게 아빠가 버섯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애야, 이것은 독버섯이야’ 독버섯이라고 지목을 받은 버섯은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러자 동료 버섯이 그를 위로하면서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지 말자고 했다. 사람이 먹을 수 없다고 버섯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보기에 존재의 무게가 가볍든 무겁든 존재의 목적이 있다. 문제는 자기의 임의대로 타인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있다. 부정의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인간에게 가장 효과적인 동기는 자기 존재에 대한 타인으로부터의 인정 받고 싶은 욕구이다. 그럼에도 타인을 인정하는데에는 인색하다. 그 요인은 생존의 본질적인 욕구 때문이다. 존재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누구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공존공생이란 그럴듯한 허울이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잊고 산다. 마치 자신에게는 죽음이란 없는 것처럼 산다. 정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전제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 창조, 섭리를 신학적 결론으로 이끌어낸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74)는 존재하는 것들의 위계질서 정점에는 신이 존재하며 신의 존재가 모든 것에 존재를 부여한다고 했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창조의 질서에서 찾는다. 유물론자들은 인간의 존재를 생물학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존재의 이유가 그저 먹고 살다가 죽는 것이다.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라고 믿을 때 인간은 신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신은 인간이 창조질서에 따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믿음과 소망을 갖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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