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얀 물리에 부탕(Yann Moulier Boutang)은 “생태계를 유지하고 번성케하는 조건은 꿀벌이 생산하는 꿀이 아니라 수많은 익명의 꿀벌이 의도치 않게 수행하는 꽃가루받이에 있다”고 했다. 꽃에서 꿀을 취하는 꿀벌의 행위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 활동이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게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을 맺게 하고 번식을 돕는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의도하지 않은 말이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생각없이 내밷는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마음의 위로를 받고 격려가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엔 상처가 되어 미움과 질투, 분노의 응어리를 맺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명 트롯트 가수 찐팬들의 열정은 그대로 팬덤이다. 이해가 되는 것은 노래을 통해 마음과 육체적 고통을 치유받으신 분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우리가 매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이기심에 의해 교환 성향이 촉진되어 분업에 이른다. 결국 교환의 가격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 곧 인간의 이기심이 자유시장경제의 기초가 된다. 자기 이익을 실현하려는 이기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하지만 지나친 탐욕 추구는 다른 사람의 생명, 자유, 인격, 재산을 침해하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은 이기적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에 동감할 수 있는 도덕검정이라는 본성을 지니고 있고, 이 도덕감정이 사회질서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 결국 아담 스미스는 의도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은 자유시장경제를, 동감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이기적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교통방송에 의하면 도로변의 불법주정차로 서울에서만 연간 5조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일년에 200건의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아파트의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에 다툼과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간접 흡연의 피해도 심각하다. 거리를 더럽히기도 하지만 유아의 돌연사는 물론 성인에게도 호흡기 감염, 천식, 폐암, 심혈관 질환 질병 등을 일으킨다고 한다. 정작 그들은 아무 생각없이 이런 행위들을 저지른다. 경제학에서 이와 같이 본인의 의도치 않은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더라도 대가를 받거나 지불하지 않을 때 생기는 현상을 외부성 또는 외부효과(Extenal effect)라고 한다. 개인의 행위가 타인에게 편익을 유발시키는 것을 긍정적 외부효과 또는 외부경제라고 하고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부정적 외부효과 또는 외부불경제라고 한다. 극히 정상적인 경제행위는 대부분이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가져 온다.
  문제는 부정적인 외부효과이다. 부정적 외부효과의 빈번한 발생은 대부분 공유지에서 일어난다. 공유지는 공원, 도로, 숲, 공중화장실, 공공시설 등의 사적 소유권이 없는 모든 공공자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월리엄 포스터 로이드 경제학교수는 1883년 인구통제에 관한 강의에서 “조건이 동일한 목초지라도 울타리가 있는 사유지는 관리가 되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목초지에서는 양치기들이 양의 숫자를 늘리게 되어 관리가 되지 않아 목초지는 풀도 자랄 수 없는 황폐한 땅이 되어 버린다”고 했다.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은 로이드의 목초지 비유를 예로 들어 1968년에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환경 파괴의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빚어진 공유지의 비극은 공동체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이 남용으로 피폐되고 고갈될 위험에 빠뜨린다. 이런 공유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의 강력한 통제”, “시장기능의 도입이나 사적 재산권을 강화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가장 원만한 해법으로 지역주민이나 공동체의 합의를 통한 자율적인 관리 방법을 제시했다. 인간의 이기심과 또 다른 본성인 공감인식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 사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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