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끝났다. 국민은 레짐 체인지를 선택했다. 두 후보의 표차이가 0.73%로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지지율이 45%에 이르고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180석의 국회의원을 가진 거대한 여당에게는 뼈저린 패배였다. 투표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차기 대통령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와 시대정신은 ‘공정과 정의’가 29.4%로  가장 높았다. ‘성장과 발전’이 24.2%, ‘통합과 안정’ 18.5%, ‘복지와 분배’ 14.5%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음 정권이 풀어야 할 과제와 기대가 무엇인지를 알게한다.

  공정과 정의는 법과 상식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가치이다. 우리 사회는 법의 시스템과 상식을 기반으로 질서가 유지된다. 영국의 시인이면서 평론가인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 1709~1784)은 ‘부패한 사회에는 많은 법률이 있다’고 법의 존재의미를 이야기 했다. 미국의 법학자 로스코 파운드(Roscoe Pound. 1870~1964)는 “법(law)이란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사회의 강제력의 체계적 사용을 통한 사회통제”라고 정의했다. 법사회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 1818~1892)도 “강제를 수반하지 않는 법은 타지않는 불이나 비치지 않는 등불과 같아 그 자체가 모순이다”라고 했다. 결국 법의 강제적 측면은 법을 도덕 등의 다른 사회규범과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래서 오스트리아계 미국인 법학자인 한스 켈젠(Hans Kelsen, 1881~1973)은 법의 본질은 강제규범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논어에는 ‘법률을 제일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만다. 백성은 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어떤 짓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 법망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어떤 악한 짓을 범해도 부끄러움을 모른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선진사회는 강제된 법도 필요하지만 강제되지 않는 도덕과 상식이 사회적 규범이 통해야 한다. 상식(common sense)은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사회규범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라고 국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법은 문서화된 형식지이다. 그러나 상식은 불문율로 형성된 암묵지라고 할 수 있다. 법과 상식은 공동체의 규범적, 도덕적 약속(commitment)이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상당한 책임이 따르게 된다. 약속은 지키려는 의지와 헌신이 필요한 가치이다. 사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통치로 전제국가는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통용되지만 의미는 사뭇 다르다. 전제국가에서는 법을 국가권력발동의 근거로 해석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이 국가 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자유, 평등, 정의의 가치 실현이 법치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권력이 법을 도구로 사용하는 나라는 국민이 불행하다. 법이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주어야 한다. 오래 전부터 검찰이나 사법부의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국민이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은 기대치에 비해 거리가 멀었다. 사법체계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유형이 같은 사건에 대해 검사마다 다르지 않은 법을 적용하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판사도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사건을 다르게 판결하지 않는 것을 ‘리걸 마인드(legal mind)’라고 한다. 리걸 마인드는 판례의 축적으로 만들어진 상식이다. 사법정의는 ‘유력무죄 무력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리걸 테러(legal terror)가 없는 깨끗하고 공정한 판결이다. 권력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위임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새로운 정부는 옳다고 여기는 일이라 할지라도 상호의존성의 원칙에 따라 이해당사자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살펴서 균형을 이루는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들도 법과 상식을 벗어난 억지 주장과 그럴듯한 꼼수가 옳은 것을 이기는 세상을 거부해야 한다. 무법은 거짓과 부패보다 더 위험하다. 법을 지키고 상식을 따르는 사람이 손해를 보지않아야 한다. 법과 원칙, 상식을 넘는 주장과 요구가 용납되는 사회는 건전성을 잃게 된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법이 집행되어야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법과 상식의 두 가지 약속을 서로 믿고 지켜낼 때 진정한 선진사회를 이루어낼 수 있다.  
언젠가 지방에 1박2일 여행을 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다른 사람들의 차를 타고 갔다.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내차로 귀가를 했는데 며칠 후 도로공사에서 고지서가 날라왔다. 요금이 엄청나다. 분명히 하이패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정산이 되었는데 이게 뭘까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에 고속도로 사무소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휴게소 주차장의 밤을 새는 주차는 인정이 안된다고 한다. 고속도로 종점을 다녀온 것으로 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당혹스럽지만 그런 법이 있다면 누구나 인지할 수 있도록 공지판이나 팻말이나 그런게 어디 있냐고 따져물었다. 직원은 이번만은 몰랐다고 하니 부과한 것을 취소할테니까 다음 부터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적이 있다. 그 후에 그 휴게소에 갔더니 그때야 공지판이 설치된 것을 보았다. 법은 약속이기 때문에 일방적일 수 없다. 지켜야할 사람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계몽해야 한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졸속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모순이 생기는 악순환은 없어야한다. 28번이나 바뀐 부동산규제가 좋은 예이다. 예측이 가능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인지가능한 법시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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