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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미학(Aesthetics of Shamed)
  • 안산신문
  • 승인 2022.05.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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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타파하고 합리주의 그리고 지성주의를 추구하여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보편적 가치로서의 진정한 자유를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사에서 주로 국가정책 기조를 발표했지만 윤대통령은 달랐다. 우리 사회와 국민이 추구해야할 가치와 비전을 제시했다고 본다. 그는 우리 사회를 국가 대 국가, 국내 내부의 공동체의 갈등을 왜곡된 진실 및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의 폐단을 지적하고 진정한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 공정한 규칙을 지키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함을 호소했다.
지성이란 서전적으로 사물을 개념에 의하여 사고하거나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판정하는 오성적(悟性的)능력이나 그러한 정신의 기능이라고 한다. 지성주의(intellectualism)은 의지나 감정보다도 지성을 중요시하는 세계관이다. 연대는 소통이고 통합이라고 본다. 박애(benevolence)는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평등하게 사랑하는 것으로 배려 또는 자비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합리적 사고와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며, 모든 사람이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고 베풀 수 있다면 정말 자유롭고 행복한 나라를 이룰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반지성주의의 부당한 행위를 절제시키고 머뭇거리게 하는 강력한 도구가 있다면 마음 안에 있는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에 앞서 내가 생각해 보아도 미흡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를 아는 것이다. 반지성은 뻔뻔함이다. 부끄러운 일임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염치없이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뻔뻔스러움을 표현하는 영어의 의미는 다양하다. 철면피(Brazen-faced), 무례하고 건방지다(impudent), 뻔뻔스러운(blatant), 용기(nerve) 등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맹자는 네 가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네 가지 마음을 사단(四端)이라고 하는데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是非之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이라도 부끄러움이 없는 인생을 살려면 뻔뻔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항상 자신의 말과 행동을 경계하고 부끄러워하라고 했다.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가 있다. 그들이 그렇게 역겨운 일들을 하고도 부끄러워하기라도 하였느냐? 천만에! 그들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얼굴을 붉히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쓰러져서 시체 더미를 이를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벌을 내릴 때에, 그들이 모두 쓰러져 죽을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예레미아8:12). 부끄러움은 자기 수치를 깨닫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알게 되면 수치를 가리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들은 정작 부끄러워할 일에 뻔뻔하고 당당하다. 부끄러운 일인줄 알면서도 당당하다면 어쩌면 자기를 속이는 것일 수도 있다. 수치를 모른다면 후안무치한 사람일 수 있다. 반면에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님에도 부끄러워하는 태도이다. 어렸을 때 이야기다. 아버지는 오른 팔이 없는 장애를 가지셨다. 아이들이 외팔이 아들이라고 나를 놀렸다. 전혀 부끄럽지 않은 아버님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부끄러워했는지 모른다. 당당했어야 했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옳은 일에 당당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피하려 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 해야 한다. 오히려 뻔뻔해야 할 때가 있다. 아니 뻔뻔스러운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누구나 특별히 안 되는 게 있고, 안 되게 만드는 상황이나 조건이 있다. 그 때에는 물러서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뻔뻔함이 필요하다. 해야 할 일을 위해 매달릴 수 있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용기이다. 이런 뻔뻔스러운 용기가 없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부끄러워할 때 부끄러워하고 뻔뻔해야 할 때 뻔뻔스러움이 지혜롭다. 무엇이 잘못인지 알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금수(禽獸)와 같다고 했다. 세네카는 수치심은 법률이 금지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억제한다고 했다. 인간의 수치심은 법보다 훨씬 유효한 강제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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