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원숭이를 손쉽게 잡는 방법이 있다. 작은 나무상자 위쪽에 손을 넣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어 놓고 상자안에 견과류를 집어 넣어두면 된다. 건과류를 움켜쥔 원숭이가 손을 빼지 못하고 결국 잡히게 된다. 손에 움켜쥔 것을 절대 놓지 않는 원숭이의 심리를 이용한 사냥방법이다. 필리핀에 있을 때 현지인 직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인으로 소년시절 로마의 노예였지만 놀라운 정신력과 뛰어난 인격으로 후기 스토아 철학의 거두가 된 에픽테토스(Epiktetos, 55~135경)도 비슷한 은유로 사람들을 가르쳤다. “입구가 좁은 병 속에 팔을 집어넣고 무화과와 호두를 잔뜩 훔켜쥔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생각해 보아라. 그 아이는 팔을 다시 빼지 못해서 울게 될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과일을 버려라, 그러면 다시 손을 빼게 될거야라고 말한다. 너희의 욕망도 이와 같다”. 욕망을 버려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스토아 철학의 심오한 지혜가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되어 있다. 움켜쥔 것을 놓아버리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절대 놓지를 못한다. 덫에 걸려 스스로 파멸에 이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석 달이 지났다. 초기 지지율이 정권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선언했지만 국민의 생각은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이슈와 검경찰 수사에 대해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지만 전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던 윤대통령이 정권차원에서 보복할게 있는지 모르겠다. 권력의 그늘에서 만들어진 불공정과 불의한 의혹들은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권력다툼이 치열하다. 도덕적, 법적 문제로 다툼이 있다면 물러나서 해소가 된 뒤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당권이라도 쥐게 되면 모든 불의가 덮혀질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핵관이란 용어가 부정적으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상대를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권력자들 주변에 측근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리더-구성원-교환이론(LMX; Leader-Member Exchange)에 의하면 리더와 구성원의 높은 질적 교환 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내그룹(in group)에 속하다고 하며, 낮는 수준의 교환 관계에 해당되는 경우 외그룹(out group)에 속한다고 한다. 리더 맴버 교환 관계를 구성하는 요소는 학자들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교환의 기여, 충성심, 정서적 애착, 의무감, 존경심, 신뢰, 공헌의욕 혹은 상호지원, 호감, 자율권, 관심 등이라고 한다. 이런 구성요소의 수준에 따라 높으면 내그룹, 낮으면 외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당연히 내그룹은 핵관(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측근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권력을 배경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권력을 사사화(私事化)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돈이나 정치권력을 쥐면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착각하게 된다. 중국의 황제들이 자신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것처럼 말이다. 중화사상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것이 중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퍼져나간다고 믿는 중국의 민족사상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중국의 천자가 모든 이민족을 덕화시키고 복종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 세상에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섬김의 사상이 권력자들에게 필요하다. 섬김은 위임받은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섬김은 낮아짐이다. 낮아지면 탐욕의 덫에 걸릴 위험이 제로다.
  물론 탐욕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일본인 작가 이시다 히사쓰구는 인생을 빛내는 탐욕의 원칙이라는 책을 썼다. 탐욕에 씌어진 부정적인 프레임을 제거하고 활용하는 방법, 강력한 에너지를 담은 말과 행동, 스트레스 관리, 자기를 지배했던 부정적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인간이 탐욕을 잃게 되면 삶이 의미가 없어진다. 신과 함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인생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확신으로, 한번뿐인 인생을 이왕이면 탐욕스럽게 살자고 한다. 욕구를 성취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한다. 다만 개인의 욕망이 이웃의 삶을 이롭게 해야 한다. 이웃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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