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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세칼럼]바다의 맛
  • 안산신문
  • 승인 2022.10.26 09:38
  • 댓글 2
복진세<작가>

바다는 계절마다 다양한 먹거리를 생산한다. 철마다 물이 오른 해산물은 우리 입을 즐겁게 하여준다. 계절 따라 지방의 특산물을 맛보는 재미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른 봄에는 가숭어가 제맛이다. 가숭어는 동, 서해와 남해를 가리지 않고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 실한 회 한 점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봄기운이 입안에 가득하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봄꽃이 만발할 때쯤에는 도다리가 많이 잡힌다. 봄 도다리쑥국은 한 철만 맛볼 수 있는 천하일미의 진국이다. 이어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간자미며 새조개는 우리 입을 즐겁게 하여준다. 신록이 푸르러 질 때쯤 서해안 서천 지방에서는 주꾸미와 갑오징어 축제도 볼만하다.
여름철 생선은 단연 민어가 최고다. 민어는 내장과 부레까지 버릴 것이 없는 한철 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다. 부위마다 회로 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푹 고아서 곰국처럼 보양식으로 먹는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동해안의 참가자미도 많이 잡힌다. 뼈째 썰어 먹는 세 꼬치 회는 막장에 찍어 먹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라치면 집 나간 며느리도 그 맛을 잊지 못하여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가 한창이다. 회로 먹거나 구이로 먹으면 고소함이 입안 가득히 몰려온다. 이때쯤이면 포항에서는 과메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한다. 청어가 잡히지 않아서 꽁치로 과메기를 만든다. 예전에는 꽁치의 배를 가르지 않고 통째로 말렸다가 얼리기를 반복하여 만들었다. 생미역과 마늘종에 실파를 감아서 한입 입에 물면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었다. 요즈음은 비릿한 맛을 없애기 위해서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나서 말리고 있다. 과메기의 대중화를 이룬 것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에는 제주도 모슬포에서는 방어 축제가 한창이다. 겨울철에 몰려드는 방어 떼로 모슬포는 활기가 넘친다. 방어는 크기에 놀라고 맛에 놀라는 생선이다. 참치에 비슷한 생김새와 달리 부위마다 독특한 맛이 일품이다.
바다낚시 꾼이 뽑은 최고의 생선은 역시 돌돔이다. 돌돔은 회로 먹으면 쫄깃한 식감에 모두가 반한다. 뼈째 끓인 매운탕은 입과 내장을 놀래는 것이 역시 바다의 제왕답다. 두 번째로 뽑은 볼락은 통째로 구워서 먹는다. 고소한 맛은 다른 생선이 따라올 수 없는 맛이다. 회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잘 먹는 생선이다.
나는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참치를 제일 좋아한다. 참치는 주로 원양에서 잡아서 급랭을 시켜 가져오기 때문에 해동을 잘하면 잡았을 때의 신선함 그대로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참치를 양식한다. 냉동하지 않은 참치를 숙성한 생참치가 유행한다. 조미김에 참치를 얹고 고추냉이를 얹어 입어 넣으면 바다를 품은 맛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갯벌에서 잡히는 어패류도 미식가들을 매료시킨다. 부안지방 특산물인 생합이며 맛조개는 먹을수록 입맛이 당긴다. 각종 영양가를 품은 갯벌에서 자라기 때문에 맛과 영양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삶은 문어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살얼음처럼 얼린 문어를 자주 먹는다. 국민 생선이 된 고등어는 우리의 밥상을 풍성하게 하여준다.
포항의 물회는 나를 매료 시킨다. 원래는 물가자미라는 못생긴 생선과 양조 고추장이 아닌 집 고추장으로 간을 하고 배와 채소 간 마늘을 넣고 비벼 먹는 물회는 찬밥을 말아먹어도 일품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면 꽁치를 덕장에서 말린 과메기가 일품이다. 미역에 과메기 한점을 얹고 마늘종 또는 실파 마늘을 함께 먹으면 입안 가득 행복이 가득 찬다. 과메기는 청어를 말린 것이었지만 청어가 동해에서 사라지자 꽁치로 대신한다고 한다.
제주도의 자리돔 물회는 된장으로 맛을 낸다. 각종 들나물을 넣고 구수하게 먹는 제주 자리돔 물회는 포항 물회와는 차별을 보인다. 요즈음 포항 물회는 흰살생선에 멍게 해삼 등을 넣고 먹은 물회는 뭇 사람들의 입맛을 매료시킨다.
제주의 갈칫국은 비릿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여느 고깃국보다 진한 맛을 낸다. 호박잎과 어울린 갈칫국은 비릴 거라는 예상을 깨고 금세 밥 한 공기를 비워낸다. 통째로 구워 먹는 갈치는 입을 놀라게 한다. 두툼하게 한 점을 크게 떼어 내어 따뜻한 쌀밥에 얹어 먹는 맛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요즈음은 바다에서 직접 잡아서 먹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미 중에 바다낚시가 등산을 앞질렀다고 한다. 그야말로 국민 취미가 된 것이다. 문제는 낚시꾼들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반드시 수거하면 좋겠다.
바다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먹거리를 제공하여준다. 육지의 고기와 달리 곡식을 먹이로 하여 식량을 축내거나 드넓은 목초지를 황폐화해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어떤 이유든 갯벌을 없애는 우를 범하는 일은 더더욱 없애야 한다. 바다 청소를 끊임없이 해서 부유물도 없애고 폐어구도 건져내어 바다를 살려내야 비로소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여서 바다 취미를 즐겨야 한다.
바다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바다생물은 육지의 고기처럼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성인병도 예방해 주거나 치료하기도 한다. 소중한 자연을 지키는 길이 나를 지키는 길이다.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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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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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사임당 2022-10-27 23:25:37

    읽는 동안 군침만 흘렸습니다
    작가님..너무 하십니다
    이 가을 전어도 쭈꾸미도..
    모두 구경도 못했어요   삭제

    • 승준 2022-10-26 20:13:22

      작가님 덕에 편안한 안방에서 팔도 바다음식 맛집 기행의 호사를 누려봅니다
      자연을 지키는길이 나를 지키는 길이다
      꼭 새겨둬야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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