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유비의 책사인 제갈량이 금낭묘계(錦囊妙計)의 계책을 써서 유비를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고 배신자를 처단하기도 한다. 인간은 이기적 욕망에 따르고 욕망은 자만에 이르고 자만은 위기를 불러온다. 제갈량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간파하고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금량모계는 비단주머니 비책을 의미한다. 제갈량은 두 번의 비단주머니를 사용한다. 
첫 번째는 위(魏)나라의 조조가 중원을 제패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형주를 점령해 버렸다. 위기감을 느낀 오(吳)나라의 손권과 촉(蜀)의 유비가 연합군이 연환계(連環計)로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궤멸시켰다. 전쟁이 끝나자 오와 촉은 형주를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 이때 유비는 먼저 선수를 쳤다. 제갈량의 책략으로 형주와 양양, 남군성을 차지하였다. 손권과 주유는 분노한다. 주유의 제안으로 빼앗긴 형주를 되찾기 위해 부인이 죽고 홀아비인 유비에게 손권의 누이동생을 시집를 보내겠다고 유비를 오나라에 초청했다. 유비를 인질로 형주를 찾겠다는 음로를 꾸민 것이다. 이를 간파한 제갈량은 미인계를 역이용하였다. 제갈량은 유비가 오나라에 갈 때에 호위장군인 조자룡에게 위기가 닥치면 꺼내어 보라고 비책이 담긴 비단주머니 세 개를 주었다. 조자룡은 유비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순서대로 비단주머니 속에 있는 비책을 실행했다. 결국 유비는 혼인한 손부인과 함께 무사히 형주로 돌아왔다. 
제갈량의 두 번째 비단주머니는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촉의 맹장이었던 위연이 모반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대비한 것이다. 제갈량은 죽음에 앞서 오장원에 주둔한 촉나라 대군이 안전하게 철군할 수 있도록 행정력이 뛰어난 양의를 지휘관으로 임명하였다. 그리고 준비한 비단주머니를 양의에게 주면서 위연이 모반하면 열어보도록 했다. 예상대로 위연이 마대와 모반하여 양의와 맞서게 되었다. 양의는 급하게 비단주머니를 열어서 적혀있는대로 큰 소리로 “누가 감히 나를 죽일 수 있겠느냐?” 세 번을 외쳤다. 
이를 신호로 사전에 제갈량의 유명(遺命)을 받은 마대가 위연의 둥뒤에서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제갈량의 비단주머니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맥락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상황에 따른 인간의 사고방식을 예측하는 제갈량의 통찰력과 부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이다. 조자룡, 양의, 마대도 제갈량에 대한 존경과 신뢰 역시 믿고 따르는 것 이상이다. 비단주머니의 계책은 리더와 부하 상호간에 위험을 감수하는 신뢰와 적극적 협력의 힘이 작용할 때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100여년 전 중국 주나라를 세운 문왕은 사냥을 나갔다가 위수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을 만난다. 그는 문왕을 만나기 위해 10년 동안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고 있었다. 문왕은 범상치 않은 그를 만나 질문한다. 당시 은나라 주왕의 폭정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되었고 민심은 어지러웠다. 
“어떻게 해야 천하 만백성의 민심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강태공은 답한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만민의 천하입니다. 천하의 이익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 있고,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이익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천하를 잃게 됩니다. 하늘에는 춘하추동 네 계절이 있어 음과 양이 순환하고, 그로 말미암아 대지에는 생산이 이루어져 재물과 보화가 있게 됩니다. 이 하늘의 시(時)와 땅의 재(財)를 백성들과 함께 누리는 것을 인(仁)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인이 있는 곳에 모이게 마련인지라 어진 사람이 정치를 하면 그 덕이 저절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천하의 민심도 얻을 것입니다. 죽을 처지에 놓인 사람을 건져주고, 재난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며, 사람을 환란에서 구제해 주고, 위급한 사람을 구해주는 것은 덕(德)입니다. 천하 인심은 덕이 있는 곳에 돌아가는 것입니다. 뭇사람들과 시름을 같이하고, 뭇 백성들과 즐거움을 같이 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면 이것은 의(義)입니다. 천하의 인심은 의가 있는 곳으로 쏠리게 됩니다. 본래 사람은 죽는 것을 싫어하고, 살기를 좋아하며, 덕을 좋아하고 이득을 따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살리며 그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힘쓰는 것을 도(道)라고 합니다. 천하의 인심은 도가 있는 곳으로 귀의하는 것입니다”. 
태공의 말을 듣고 문왕은 크게 기뻐하고 절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나 기업, 공동체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과 함께 누리고, 구성원들과 더불어 함께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구성원을 살리는 인(仁)과 덕(德), 의(義)와 도(道)의 비단주머니 경영 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더 더욱 그렇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수준은 형편없이 저질화되고 있다. 민심왜곡, 선동, 내로남불, 트집잡기, 꼼수, 거짓말로 소비하는 사회적비용은 엄청나다. 우리가 처한 경제적 상황, 안보적 위치, 세계적 책임에 대한 통찰력과 신뢰사회를 위한 강태공의 비단주머니가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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