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안산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이건 순전히 들은 이야기입니다. 진위를 가리기 위해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보고 들은바를 전해 준 사람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며칠전 경기도 마을 행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보통 마을 만들기 행사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습니다. 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초적 실천입니다. 그런 사항은 공무원들도 잘 아는 일이죠.
그래서 행사에 참여하는 어느 단체에서 다기를 준비했습니다. 일회용품을 안쓰니 도자기 잔을 준비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한낮 더위에 시원한 얼음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준비를 점검하던 공무원이 이상한 주문을 합니다. 다기보다는 다회용 컵을 쓰는게 어떠냐며 경기도가 준비한 컵을 가져왔답니다. 그래서  다회용컵을 가져다 줬으니 준비한 다기는 갈무리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얼음을 쓰지 말라는 주문을 했답니다. 왜냐하면 조금 있으면 도지사님이 올텐데 20~25도 정도의 물을 마시니깐 차가우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도지사가 마실 물 온도를 온도계로 실제 쟀다고 합니다.
그리곤 도지사 일행을 기다리며 커피 자판기에서 일회용 커피를 뽑아 마시더랍니다. 여기까지가 필자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지어낸 이야기 일까요? 아니면 사실일까요? 지어낸 이야기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이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말씀드립니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이렇게 하찮은 일이 아님을 필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다 공무원도 해 보았고 공무원들과 위탁사업도 많이 해 보았습니다. 정책수립과 예산집행에 탁월하고 형평성이나 원칙적인 자세를 많이 경험해 보았습니다.
경기도와 일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모저모를 살피고 다양한 경험과 효과적인 현장 행정을 하는 공무원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도지사가 먹을 물의 온도를 재는 공무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민간에서 사려깊게 일회용품을 안쓰려고 준비한 다기를 거두게 하고 다회용 컵을 굳이 쓰라는 이유는 멉니까?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이 되려면 이런 형편없는 사례가 없어야 합니다. 도지사가 찬물을 안먹고 더운물을 먹는다는 걸 공무원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면 도지사 비서실에서 나와서 민간한테 이런저런 주문을 했다는 건가요?
과연 그런 비서실이라면 도지사한테 도움이 되는 걸까요? 더구나 한낮 더위가 30도에 가까운 요즘, 단체가 준비한 얼음을 못쓰게 했다면 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월권입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상식이하의 일이 벌어진 거겠죠. 아직도 시민과 단체위에 있다는 의식을 가진 공무원이 있다면 그들은 제척대상일 뿐입니다.
정책수립과 집행에 필요한 교육을 공무원들은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 모두는 시민들과의 의견 수렴과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시민을 존중하는 바탕위에 공무원이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도지사의 일거수 일투족은 꾀면서 시민들의 안색은 살피지 않는 공무원은 존재 이유가 희박할 것입니다.
공무원 세계에는 위계질서와  공직자의 책임성 강조가 있습니다. 이 또한 공복으로서 불편부당한 공정행정을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거를 도외시하고 오직윗 사람 바라기 충성은 못나기 그지 없는 겁니다.
필자가 잘못 들었거나 그렇치 않았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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