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진정으로 믿지 못한다”프랑스의 회상록 작가 장레츠의 말이다.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개념은 가정이다. 가정을 이루는 핵심요소는 하나됨의 사랑이다. 사랑이 깨어지고 가정이 파괴되는 요인은 이를 유지하는 믿음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믿음은 명문화되지 않고 약속된 규범이다. 가정은 서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사랑의 근간이다. 
오늘날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상실하고 문명의 노예로 전락해 가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지난 30년 사이에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 핵가족에 이어 1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1/3이 되었다. 더구나 관계성의 상실이다. 어른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의 소멸, 무너진 공교육, 사회구성원 간의 상호불신, 세대 및 남녀갈등, 정치사회적 분열, 가짜뉴스의 남발, 빈부갈등, 과소비 등 삶의 진실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우리 사회공동체의 모습은 상호적 불신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상호 관계를 잇는 고리가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연결이 가능하다. 어쩌면 연결된 사슬이 안전하지 않다고 불신하는 것은 경험에서 나온 자기 방어이다. 정부를 믿고, 사회시스템을 믿고, 사람을 믿고, 가족을 믿고 살았던 결과가 낭패를 보게 될 때 믿음은 불신의 확증편향을 갖는다.  
  믿음은 한자로 신(信)이다. 사람의 말은 믿을만 하다는 것이다. 영어에서 믿음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는다. 세분해 보면 belief(사고적 신념), faith(대상에 대한 믿음), trust(객관적 신뢰), confidence(심리적확신), reliance(의존적 믿음) 등이다. 
신학자 벌코프(Berkhof)는 참된 믿음의 요소로 첫째가 진리를 이해하는 지식인 요소(notitia)이고, 둘째가 진리를 확신하고 인정하는 정적인 요소(assensus)이며, 셋째가 진리에 순응하기 위해 뜻을 정하는 의지적 요소(fiducia)라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믿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따르는 것이 믿음이다. 
로마의 초대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쉽게 믿는다(People readily believe what they want to believe)고 했다. 더 나아가서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인간은 불가능(Impossible)한 것은 믿을 수 있어도, 사실 같지 않은(Improbable)것은 믿을 수 없다”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1854~1900)의 말이다. 
모순 같지만 인간은 절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란는 개연성은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급진적 빈민 운동가인 솔 알린스키(Saul Alinsky,1909~1972)는 이렇게 말했다. “삶의 민주적방식은 대중들에 대한 믿음(faith)에 근거하지만, 사람들에 대한 신뢰(faith)를 받는 민주주의 리더는 매우 드믈다. 오히려 민주적 삶의 방식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권력을 가진 소수는 다수를 두려워하고, 다수는 서로 불신한다” 오늘 우리 사회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유대인으로 미국의 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우리는 신념을 가지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인 동시에 심지어 고통과 실망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준비를 말한다”고 했다.
  믿음은 어떠한 가치관, 종교, 사람, 사실 등에 대해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없이 확고한 진리로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또는 대상의 상태나 행위가 꼭 그러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믿음에 대한 두 가지 심리학 용어가 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라틴어의“내가 기쁘게 해주지”라는 뜻을 갖는다. 우리 말로는 “가짜약 효과”이다. 효과가 없는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하고 섭취하였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이다. 문제가 아예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긍정적이다. 
이와 반대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즉 독약효과도 있다. “당신을 해칠 것이다” 라는 라틴어의 뜻이 있다. 진짜약을 주면서 이것은 가짜야라고 하면 약효가 부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믿음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 사회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처리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짓말 하는 양치기 소년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미국 광우병 소기기 파동, 상주 사드 전자파, 라면 우지파동 등에서 선동된 거짓을 알고 있다. 국민은 정부를 믿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믿음이다. 상식은 우리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개관적 사실을 거스리고 가정에 묶여 사는 것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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