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폭우로 인한 수많은 인명피해 소식으로 가슴이 아픈데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임 교사가 불행한 선택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독한 고립무원에 갇혀 힘들어 했음은 분명하다. 연이어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사건이 서울과 인천에서 발생했다. 칭찬하면 차별, 훈육하면 학대, 멍드는 교사들이란 뉴스의 머리말이 교권 붕괴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 주간 내내 우울했다. 이런 사회적 현상들이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초연결 사회에서 오히려 사람들은 고립되고 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타적 본능인 다정함이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다정함과 냉혹함의 이중성을 갖고 있다. 동물의 가축화 과정을 보더라도 다정함을 통해 다른 동물들을 가축화했지만 그들을 잡아 먹는 냉혹함이 있다. 다정함과 냉혹함은 동일선상이다. 다만 어느 지점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그 수준이 달라질뿐이다. 우리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높은 다정함의 수준에 이르기를 기대한다. 
다정함은 정이 많고 따뜻한 친밀감이다. 정은 끌어당김의 에너지이다. 냉정은 밀어내는 에너지가 된다. 다정함이 작동하지 않는 원인은 과도한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본능적인 욕구와 냉혹함을 절제하고 다스리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가정과 학교 교육의 성품이 아닌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한편으로 부모들의 그릇된 사랑이 제멋대로의 아이로 키울 수도 있다.  
  이타적 다정함은 공감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능력,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외로움은 공감능력과 연관된 뇌부위의 측두정엽의 활성화를 감소시킨다고 한다. 2019년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2000명의 청소년에게 이웃이 얼마나 가깝게 느껴지는지를 물었다. 
이어 그들의 형제자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결과는 외로운 형제자매일수록 이웃을 덜 친근하고, 덜 가깝고, 덜 믿음직스러운 사람들로 인식했다. 민주주의는 국가와 국민들과의 유대, 시민들과 시민들 간의 유대로 이루어진다. 이런 연결성의 유대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사회적 단절을 느끼고 자기방어적이 된다. 
결국 타인과의 다정한 유대가 끊어지고 고립된다. 본래 다정함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애정과 사랑을 주고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인간은 신의 친밀한 사랑의 관계성을 갖는 형상대로 창조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신과 사람과 자연과의 친밀한 교감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은 삶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대인관계에서 친밀감과 신뢰를 느끼며 공감능력을 촉진시키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다정함은 삶의 질을 끌어 올리기도 하고 질병예방 기능을 갖는다. 미국 조지아 공대 생명공학과의 로버트 네렘(R. Nerem)박사는 토끼효과(Rabbit Effect)에 대해 연구했다. 몇 달동안 토끼들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인후 콜레스트롤 수치를 측정했다. 예상과 달리 한 무리의 토끼들은 다른 토끼들 보다 지방성분이 60%나 적었다. 단서는 토끼에게 말을 걸고 안아주고 애정을 주었던 신입연구원들이었다. 
이 연구는 식단이나 운동보다 애정, 격려하고 응원하는 우정, 이해하고 공감하는 친밀감 등의 감정이 건강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성적인 외로움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컬럼비아 정신의학교수인 켈리 하딩(Kelli Harding)은 다정함의 과학이란 책을 썼는데 친절, 신뢰, 공감 등 서로의 감정과 살을 맞대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 속에 건강과 행복이 숨어 있다고 했다. 사랑과 연결의 힘은 언제나 조용히 승리한다고 말한다. 매일 포옹을 받는 사람은 병에 걸릴 확률이 32%나 낮아진다고 한다.
  다정함의 인간의 생존 능력이다.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와 버네사 우즈(Vanessa Woods)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고 주장한다. 다정함을 무기로 삼아 번성해온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와 미래, 분노와 혐오의 시대를 넘어 희망의 가능성을 다정함에서 찾는다. 
우리는 불확실을 비롯해 불안과 증오, 잘못된 소문과 유언비어의 확산을 경험하고 있다. 불안과 소요의 시대는 결코 새로운 사회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공격성과 혐오의 도가 지나치고 파괴적이다. 성경에서 답을 찾는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같이 하라(엡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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