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우리에게는 각각 자신만의 든든한 끈이 있다. 마음 속에 폭풍이 몰아칠 때 고통을 잠재우고, 막막한 삶의 여정에서 방향을 인도해 주고 꿈을 만들어 주는 끈이 있다. 이스라엘의 선지자 호세아는 끈을 신의 마음, 신의 사랑, 신의 위로와 애정으로 쓰고 있다.“나는 인정의 끈과 사랑의 띠로 그들을 묶어서 업고 다녔으며, 그들의 목에서 멍에를 벗기고 가슴을 헤쳐 젖을 물렸다(호11:4). 끈은 생명이다. 인간은 잉태될 때 엄마와 탯줄로 이어지고, 태어나서 물고 있는 것은 젖줄이다. 
끈은 인간이 찾아낸 가장 위대한 발견이고 응용물이다. 끈은 물리적인 기능일뿐만 아니라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신념이고 자아 정체성이다, 사람을 잇는 관계 요소이다. 끈은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고 의미를 품고 있다. 끈은 우리 일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낱말의 의미를 풀어보면 더욱 그렇다. 
끈을 꼬아서 만들면 바(Rope)가 되는데 동밧줄 또는 동앗줄이다. 가는 끈의 실(絲)을 짜면 조(組)가 되고, 다른 끈과 엮으면 그물 망(Net)이 된다. 끈을 늘어 놓으면 줄(Cord)이 되고, 끈을 이으면 연(Connection)이 된다. 끈을 매면 조임(Tie)이 되고, 끈을 묶으면 다발(Bunch)이다. 끈으로 주위를 표시하면 경계(Line)가 되며, 끈을 매어제어하는 고삐로 삼으면 순(紃)즉 규칙, 법칙이 된다.
  끈은 우주만물을 잇는 구성요소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 클레스(BC493~433)는 하나의 물질은 다른 물질로 변하지 않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물, 불, 흙, 공기’의 네 가지 요소가 만물의 뿌리라고 했다. 
이는 불교에서 인간의 몸을 이루는 4대‘地水火風의 신체(色蘊), 느낌(受蘊), 지각(想蘊), 의욕(行蘊), 의식(識蘊)과도 거의 동일하다. 그 때에  데모크리토스는‘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모든 물질이 각기 다른 원자들로 구성되고 고유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들은 물질의 원자는 둥근 입자의 형태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미국 칼텍의 이론물리학자 존 슈바르츠와 영국 퀸 메리 대학의 마이클 그린 등이 만물의 궁극을 끈과 같은 형태의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을 발표했다. 즉 우주의 만물은 소립자(素粒子)나 쿼크(quark)와 같은 가장 근본적인 입자보다도 훨씬 작은‘진동하는 가느다란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각기 다른 소리가 현의 진동 패턴과 주파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끈들이 진동하는 패턴에 따라서 각기 입자마다 고유한 성질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삶에서 반드시 붙잡아야 할 끈이 있다. 진실의 끈이다. 구약성서에 보면 ‘거짓으로 끈을 만들어 악을 잡아 당기며, 수례의 줄을 당기듯이 죄를 끌어 당기는 자들에게 재앙이 닥친다고 했다(이사야서 57:6)’인간의 삶이란 궁극적으로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이란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내 안의 거짓을 가려내고 진실된 삶을 살아가려는 아름다운 노력의 과정이다. 
좋은 사회는 진실의 끈으로 촘촘하고 끈끈하게 얽힌 사회이다. 거짓이 침범할 수 없는 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는 사회이다. 진실의 끈이 훼손되고 얽힌 망에 구멍이 뚫리면 사회는 부패로 빠져들고, 거짓과 가짜, 선택적 믿음과 다툼, 갈등만 난무한 세상이 된다. 끈은 약속이다. 약속은 믿음 곧 성실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사회는 수많은 계약 또는 약속으로 맺어지며, 사회관계와 질서를 지속시키는 것이 약속이다. 약속이 깨지면 줄줄이 다른 관계들이 깨지기 마련이다. 약속이란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신의의 끈이며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예례미아 선지자가 외친 말을 인용해 본다“이제 부유하고 유식한 사람들에게 가서,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보자. 그들이야말로 주님의 길과 하나님께서 주신 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 같이 고삐 풀린 망아지들이다. 멍에를 부러뜨리고, 결박한 끈을 끊어버린 자들이다(렘5:5), 약속의 끈이 끊어지는 사회는 카오스가 된다. 
긍정의 끈이다. 끈은 여내는 힘이다. 눈에 보이는 돈, 권력, 명예의 끈보다 보이지 읺는 진실과 신의, 긍정의 끈이 더 안전하다. 끈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끈은 분노, 원통함, 욕망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끈은 평온을 준다. 평온은 나약함이 아니다. 자신감의 다른 이름이다. 강한 바람에 끊어지지 않을 든든한 끈이 필요하다. 끈은 변덕스러운 삶의 파도에서 더 안전하게, 진정으로 나를 해방시킨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