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우리는 아프지 않고 고통없이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몸이나 마음의 고통이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육체적인 아픔은 통증과 고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마음의 아픔도 몸 이상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 인간은 쾌락을 쫓는다. 고통은 인간이 기대하는 것도 욕구도 아니다. 가능하면 피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일정 수준의 강도에 미치지 못하는 고통은 원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반가운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고통을 당사자의 감내하는 수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케임브리지 모들린 칼리지에서 중세 및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쳤던 C.S 루이스(Clive Stalpes Lewis, 1898~1963)는 고통의 문제에서 고통(Pain)의 의미를 두 가지로 말했다. 첫째, 고통이란 분화된 신경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보이는 특정한 종류의 감각으로서, 당사자가 좋아하는 싫어하든 인지되는 감각이다.
 예를 들어 팔다리에 약간의 통증이 있을 경우, 그 통증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통증이 있다는 사실자체는 인지할 수 있다. 둘째, 육체적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당사자가 싫어하는 모든 경험이 고통이다. 
첫 번째 고통이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일정 강도를 넘어설 경우에는 모두 두 번째 고통이 되지만 첫 번째 고통이 반드시 두 번째 고통이 되질 않는다. 두 번째 고통은 실제로 고난, 고뇌, 시련, 역경, 곤란과 같은 말이다. 고통의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고통은 우리 몸의 세포들이 살기 위해 침투한 적과 싸우는 전투적 상황을 뇌에서 알려주는 신호이다. 이를 무시하면 위험한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아주 작은 전투상황도 통증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우리 몸은 침투한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치유와 면역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통증이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란 절대적 진실이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원이며, 의사, 작가인 몬티라이먼(Monty Lyman)박사는 고통의 진실(The Painful Truth)이란 책을 썼다. 그는 책에서 통증의 메카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통증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지만 반드시 조직의 손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의 통증은 우리의 의식적 통제밖에 있는 뇌가 내 몸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의식적 마음에 알리기 위해 내리는 결정이라고 한다. 즉 뇌에서 통증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통증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 뇌는 믿음과 기대로 통증이라는 경험을 조작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불행하다. 전에 하지정맥 수술을 위해 하체만 부분적인 마취를 한 적이 있다. 마취가 되었는지 확인한다고 핀셋으로 살을 찝었는데 살점이 떼어져 나가는 것조차 느낄 수 없었다. 고통이 없는 삶은 마취 상태로 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고통은 인간을 인간되게 한다. 고통은 신의 섭리이다. 
예를 든다면 여인이 해산의 고통없이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아마도 모성애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을 성취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간은 성취와 희열을 느낀다. 사실 도전이란 고통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의도적 전투이다. 극복하고 이겨내면 승리감을 맛본다. 사람들은 어려움을 알면서도 극한에 도전한다. 
눈이 덮힌 높은 산을 오른다. 프로는 고통의 경험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단련을 통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 일상이 되면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국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이득(Gain)과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 고통(Pain)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활동이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미래적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은 성경에 나오는바벨탑을 쌓는 일과 비슷하다. 바벨이 뜻하는 혼란이란 의미가 오늘 우리사회를 잘 표현한다. 
혼란스러움은 문제이고 고통이다. 신은 기고만장하여 신이 되려는 인간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의사소통이 부재는 결국 일을 도모할 수 없었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오늘 국회의 정기국회 마지막 대정부질의 모습을 보았다.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모두 자신이 의(Righteousness)롭다고 하지만 진정한 의를 모른다. 
성경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가 복이 있다고 했다(마5:6)” 의는 도덕적 개념의 의가 아니다. 하나님의 의란 관계적 의무를 신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실함은 믿음성이 있고 착하고 성실됨이다. 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악의가 없고, 일관성(Integrity)있게 자신의 의무를 다할 때 목마르지 않는 즉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의롭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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