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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의 경영학
  • 안산신문
  • 승인 2023.11.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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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가장 서글픈 경험은 노년이 되어서여 정신을 차리고 이제까지 자아의 작은 부분밖에 사용하지 않았음을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바로스(V.W.Burroughs)는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지각없는(mindless) 존재가 아니라 지각있는(mindful)존재로 살도록 신이 심어주신 사고능력이라는 엄청난 자산을 사장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없이 사는 사람은 자기가 사는 대로 세상을 생각한다고 한다. 
보통 우리는 이를 어리석음이라고 한다. 어리석음은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라는 뜻이다. 사물의 이치를 바르게 분별하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재능이 없고 약삭바르지 못하고 느리고 무딘 사람을 어리석다고 한다. 이 어리석음을 매우 좋게 여겨 찬양하고 기린 글을 쓴 사람이 있다. 네델란드의 카톨릭교회의 성직자이면서 인문주의자인 데시데리워스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s, 1466~1536)이다. 
그는 중세시대에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던 라틴어 성경을 일반 대중이 읽을 수 있도록 그리스어로 번역했다. 그는 종교개혁의 알을 낳았다고 할 정도로 당시 카톨릭 지배세력의 권위를 비판했다. 그 중에 하나가 우화적으로 사회적 풍속과 종교적 관습에 대해 비판하고 충고한 글이 우신예찬(遇神)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그리스어로는 Moriae encomium(모리아 엔코미움)인데 어리석움을 신으로 묘사한 것이다. 어리석은 신(遇神) 모리아는 행복의 섬에서 웃으며 태어난다. 그녀는 만취와 무지의 보살핌을 받는 젊음과 부(富)의 딸이다. 우신은 자기만이 신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화자찬 하며 연설한다. 우신이 보기에 현자(賢者)들, 즉 지혜롭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해서 인생의 즐거움을 모르는 불쌍한 자들이다. 체면과 거짓말, 들쑥날쑥한 잣대로 타인에게 고통이나 주고 있다. 
반면에 우신은 자아도취, 쾌락, 아부, 망각, 깊은 잠 같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다니며, 이들을 통해 인생에 쾌락의 맛을 더해주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저잣거리 필부(匹夫)에서 저명한 학자와 저술가와 법률가, 내로라 하는 귀족과 군주, 고매한 수도사와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누구하나 우신의 신세를 지지 않은 자가 없으니 우신이 큰 소리를 칠만도 하다. 우신과 그 시종들을 통해 연출되는 인생의 아이러니한 순간들이 유쾌하게, 서글프게, 때로는 뜨끔하게 그려지는 책이다.  
  중국 고사성어에도 대우(大愚)는 대현(大賢)이라는 말이 있다. 몹시 어리석음이 매우 어질고 지혜롭다는 것이다. 때로 직관적이고 무모하게 과감한 의사결정방식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이를 두고 “현명한 어리석음(Sensible Foolishess)”이라고 한다. 
사례가 있었다. 미국의 3M이라는 회사가 누구나 즐겨 사용하는 포스트 잇(Post-it)을 상품화할 때, 누가 메모지를 돈을 주고 사ㅤㄱㅖㅆ는가? 시장성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어리석은 제안이라고 했었지만 지금은 회사의 시그니처 상품이 된 것이다. 성경에는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있다. 같은 집에 살던 두 여인이 거의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았는데, 어느 날 한 여인이 잠을 자던 중 갓난아이를 압사시키고 말았다. 아침에 그 사실을 안 여인은 다른 여인이 안고 자던 아이를 가져오고 죽은 아이를 그 품에 안겨 놓았다. 
다른 여인은 깨어 보니 아기가 죽어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고 죽은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를 돌려 달라고 하지만 우기면서 발뺌을 한다. 두여인은 솔로몬 왕에게 호소하게 되고 사정을 들은 왕은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부하에게 아이를 두쪽으로 갈라서 반반씩 나누어 주라고 명령한다. 부하들이 칼을 들어 아기를 쪼개려고 하자 진짜 엄마가 절규하면서 자기 아이가 아니니 제발 죽이지 말라고 한다. 가짜 엄마는 반쪽이라도 갖겠다고 한다. 
솔로몬 왕은 아이를 죽이지 말 것을 호소한 여인에게 이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한다. 갓난아이 생명을 죽이는 어리석은 결정같지만 진실을 밝히는 지혜로운 결정이었다. 정부와 사법부, 입법부 등 국가기관들을 움직이는 분들은 수 많은 의사결정을 한다. 국민의 뜻, 국민의 마음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입법하고 정책을 만들고 실행을 하지만, 파고 들어보면 자신의 안위나 인기, 탐욕을 위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 결과 부메랑이 되어 자기를 옥죄고 불행을 초래하는 사례를 본다. 사회적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어리석어 보이고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라도 아이를 살리려는 엄마의 심정을 헤아리는 솔로몬의 어리석은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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