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우리는 누군가 버릇이 없거나 예의가 없는 태도를 보일 때 ‘싸가지가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종종 싸가지를 사가지’곧‘네 가지’의 의미로 바꾸어 말하기도 하는데 이 네 가지를‘인의예지(仁義禮智)’라고 한다. 소설‘들개’를 쓴 이외수 작가는 싸가지를 ‘존중과 감사’ ‘겸손과 배려’의 인성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가져야 할 성품으로 본 것이다. 
싸가지가 없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해 존중하기 보다는 무시하는 태도, 사회적 배려보다는 소탐대실의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는 행동, 자기과시와 오만불손하여 겸손하지 못한 자세, 매사에 감사하기 보다는 이기적 욕심과 불평불만으로 가득찬 유아적 사고방식에 갇혀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디 싸가지란 말의 어원은 아주 작은 싹의 눈을 의미하는 싹아지에서 나왔다. 아지는 송아지, 강아지 등처럼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싸가지는 다른 말은 ‘싹수’이다. ‘싹수가 없다’ 또는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이 더 쉽게 다가온다. 식물은 싹이 터야 자랄 수 있다. 싹이 움틀 기미가 없다든지 텄어도 자라기엔 제구실을 못할 것 같은 상태이다. 사람됨이 되기엔 작은 버릇이나 품행을 볼 때 희망이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은 몸과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싸가지는 성숙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조직이나 기업도 유기체 곧 생물체이다. 정부, 교회, 기업 등 어떤 조직에도 유기적인 지체뿐만 아니라 조직이 지닌 정신이 있다. 그 정신이 조직의 움트는 싹 곧 생명력이다. 조직이 강한 생명력을 가지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몸의 세포와 같은 구성원들의 역량과 열정, 혁신적인 창의력이다, 둘째는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조직의 방향성인 비전과 실현하기 위한 목표이다. 특히 리더는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통해 구성원들이 조직의 본질적인 목적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갖고 협력하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셋째는 조직이나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상황화 능력 곧 적응과 혁신능력이다. 끊임 없이 변화에도 본질을 잃지 않고 환경에 대응하는 상황화(Contextualization)를 통해 조직은 상황에 적합한 기질로 진화한다. 
넷째는 조직은 리더, 구성원, 협력자, 지지자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목적을 달성한다. 기업이 고객의 니즈와 요구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가지를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함으로써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것과 같다.
  앞에서 조직의 싹수인 생명력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조직을 구성하는 요소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 의해 조직화되고 어떤 사람들이 조직을 이끄느냐에 따라 조직의 생명력이 활성화되거나 약해 질 수 있다. 성숙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은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요즘 정치를 보면 사람됨과 거리가 멀다. 유치하고 치졸한 언어가 난무한다. 기껏 현수막에 내건 구호는 보기에도 민망하다. 
최고의 지성이라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과 쓰는 단어가 혐오로 가득하다. 고대 그리스의 최대 희극시인 아리스토파네스은 정치인을 겨냥해서 “오늘날 정치를 하는 것은 이미 학식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은 아니다. 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정치다.” 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치의 신뢰도가 심연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알베르 카뮈도 이렇게 말했다. “자신 속에 위대함을 지닌 자들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Seling mann Fromm, 1900~1980)은 “사랑의 기술”에서 성숙한 사랑에는 네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랑은 관계적 친밀감의 총칭이다. 정치를 하든 기업을 하든 사람은 타인과의 상호의존적인 관계성을 통해 기대와 욕망을 실현한다. 
그가 말하는 사랑의 기술은 섬김, 책임, 존중, 지식의 네 가지 요소이다. 이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싹수라고 생각한다. 섬김은 관계된 사람들의 내적, 외적 형편과 처지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과 자기 내어줌을 의미한다. 때에 따라서 자기의 관심사를 보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애틋하고 주의깊게 바라보는 마음이다. 
책임은 관계에서 경험하는 갖가지 감정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잘못과 실패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히려 괴로움들을 견디고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존중은 관계 대상을 자기 몸을 사랑하듯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식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인식과 공감이다. 섬김과 책임, 존중과 지식은 관계 속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싸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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